'분쟁 종식' LG-SK, 갈등 넘어 'K-배터리' 미래 도약 박차
'분쟁 종식' LG-SK, 갈등 넘어 'K-배터리' 미래 도약 박차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4.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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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해소로 투자 계획 속도…글로벌 경쟁 협력 기대감↑
안정적 공급으로 세계 시장 신뢰 회복…재도약 계기 마련
서울 LG 본사(왼쪽)와 SK 본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서울 LG 본사(왼쪽)와 SK 본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송에서 2년 만에 합의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만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양사는 ‘K-배터리’의 성장을 위해 저마다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미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 또 한국 배터리 산업은 양사의 이번 합의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향상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의 합의금을 받는다. 지급 방식은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이다. 현금 1조원은 올해와 내년에 2년에 걸쳐 각각 5000억원씩 분납한다. 로열티 1조원은 오는 2023년부터 5∼6년에 걸쳐 지급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금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이 계획한 미국 투자액 5조원의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에서 오는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금을 투자자금 마련에 충당할 수 있어 투자금에 대한 부담과 우려를 더욱 확실히 해소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투자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7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다. 기존 미시간 공장의 5GWh 규모와 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만 75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합의금을 내야 하는 SK이노베이션도 실보다 득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3대 전기차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이득이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파나소닉 등 3사의 경쟁구도가 굳혀져 경쟁상대가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미 정부의 중국 제품 의존도 낮추기 전략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 반사이익을 가져올 수 있어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의를 통해 합의금을 지불하게 됐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기회로 여기고 국내·외 추가 투자를 확대한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공사현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공사현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의로 지난해 완공된 미국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인 가동과 오는 2023년 배터리를 양산하는 2공장 건설에 집중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공장을 완공하면 연간 21.5GWh 규모의 생산량을 확보한다.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납품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양사의 합의는 ‘K-배터리’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파트너사에 차질 없는 공급과 공장 완공으로 인한 현지 인력 채용 등 지역 사회와 약속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전반적으로도 한국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이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또 양사는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차전지 산업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며 “이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여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양사의 합의는 대외적인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해 K-배터리가 재도약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앞서 세계 전기차 판매 2위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달 15일 LG와 SK가 주력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집중하는 ‘각형’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올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6.6%에서 올해 19.2%로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지난해 6.0%에서 올해 5.0%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CATL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7.3%에서 31.7%로, 중국 BYD는 2.8%에서 7.0%로 상승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고 우리 마음의 상처 역시 보상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