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이스피싱 피해…'나는 아닐 거야'란 생각 버려야
[기자수첩] 보이스피싱 피해…'나는 아닐 거야'란 생각 버려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3.2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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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당하지 않을 줄 알았다. 수법이 너무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사칭하는 인물이나 개인 정보 제공을 유도하는 과정도 거기서 거기인 까닭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농락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 게시물을 보면서 웃었던 기자도 막상 그 '뻔한 수법'에 부모님이 걸리고 나서야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됐다. 나에게는 뻔한 것들도, 다른 이들에게는 뻔하지 않을 수 있단 소리다. 

아들, 딸을 사칭했기 때문에 사기에 걸렸다는 게 부모님의 하소연이다. 이제껏 법원이나 경찰을 사칭해 걸려 온 사기 전화에는 속지 않았고, 심지어 인출책 검거에 일조한 이력도 있던 분들이다. 하지만 전화가 아닌 문자를 보낸 데다가, 대뜸 '엄마'를 찾으니 진짜 '엄마'인 입장에서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문화상품권의 약자인 '문상'이 뭔지도 모르던 부모님은 그저 메시지 속 '자식'이 해달란 대로 주민등록증 사진에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원격조종 앱까지 친절히 깔아주는 꼴이 됐다. 

사기 수법은 더욱 지능화하고 있다. 과거 보이스피싱은 전화를 걸어 자금을 직접 송금해달라는 수법을 썼지만, 요즘은 지인을 사칭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개인 정보를 탈취하거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등 더욱 교묘해졌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이에 메신저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는 작년 11월 1336건에서 12월에는 1727건, 올해 1월에는 1988건이 발생하면서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에 금감원과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처럼 보이스피싱 역시 꾸준한 대국민 알림과 경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관련 범죄를 추적하고 수사하는 데 관계기관이 모두 힘을 합쳐 원활한 정보 공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간편 인증 수단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인증 수단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공인인증서라는 한정적인 수단으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간편 인증 서비스가 확대되는 등 본인 인증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런 부정 결제 사고는 계속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이스피싱으로 발생한 금전적 피해에 대한 구제 역시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비대면 시대에서 보안은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핵심 요소다.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도 상시적인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도록, 모든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