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3년까지 제로금리' 장담 못해…전문가 "조기 인상 가능"
'美 2023년까지 제로금리' 장담 못해…전문가 "조기 인상 가능"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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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통화 정책' 결국 고용·물가 등 경제 상황이 좌우
물가 지표 등 예상보다 빠른 '경기 반등 속도' 감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FOMC 회의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준 홈페이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FOMC 회의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준 홈페이지)

미국 연준이 2023년까지 제로금리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전망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연준의 기조는 결국 고용과 물가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금리를 올리는 시점도 자연스럽게 앞당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경기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져오자 작년 3월에 두 차례에 걸쳐 총 1.5%p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지금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촉진하는 모든 범위의 도구를 사용할 것을 약속한다며 코로나19 전염병은 미국과 전 세계에 엄청난 인간·경제적 어려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 고용과 장기적으로 평균 2%를 초과하는 인플레이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현재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2023년까지 제로(0) 부근 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 저금리 상황에서 늘어난 유동성과 이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 경기 회복에 따른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의 기준금리 발표 후 지난 1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경기가 급속히 반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졌다"며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미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연준이 당분간 통화 완화를 지속하겠지만, FOMC 위원들의 전망을 중간값으로 표현한 2023년까지 금리 동결이라는 가능성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준에서 전망한 것을 반드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경기 상황에 맞춰서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미국 경기가 상당히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라서 이게 지속된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도 조금 더 빨라질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석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완전 고용까지 전제로 제시한 지금 상황에서 연준이 당분간 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얘기는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2023년까지다 아니다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용과 물가, 경제성장률 등 경제 지표를 살피면 금리 변동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향방을 바꿀)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될 것이고, 그다음이 경제 성장률, 더 본다면 실업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엄석민 교수는 "고용지표가 갑자기 좋아지거나 자산시장 버블이 이슈가 되는 경우에는 연준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고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금융 리스크에 대해서도 관련 논의를 먼저 거칠 것이기 때문에 연준이 예고 없이 갑자기 긴축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증시 다우지수와 S&P 500지수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연준의 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 진 후 상승 전환하며 마감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 지수 모두 18~19일 이틀 연속 하락세로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종가 대비 0.003%p 오른 1.73% 수준으로 마감하며 작년 1월 이후 최고치로 높아진 상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