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4 대책에 명운 걸라 했지만
[기자수첩] 2·4 대책에 명운 걸라 했지만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2.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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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부동산 대책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데 부처의 명운을 걸어 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주문했다.

정부는 이달 초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대책을 내놨다.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를 포함한 수도권 61만6000호 등 전국에 83만6000호 주택부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공급계획이다.

발표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2·4 대책은 정부의 표현처럼 '공급 쇼크'다. 서울에 공급되는 32만호는 분당신도시 3개 규모이자,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전체 주택과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남은 임기가 1년 남짓인 상황에서 부지확보에만 앞으로 4년은 더 걸려야 하는 공급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오는 7월에나 선정될 예정이다. 공공주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도 7000호를 선도사업으로 정하고 오는 12월까지 사업 대상 공모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7000호는 공공주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으로 공급될 전체 물량 9만3000호 중 7.5%에 불과하다.

사실상 올해 하반기부터 차기 대선국면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2·4대책은 사업이 구체화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당장 추진력을 상실할 수 있다.

오는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변수다. 2·4 대책에서 발표한 대로 서울에 주택 32만호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에 서울시장이 넘어갈 경우, 2·4 대책의 핵심인 서울 32만호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기존 규제 일변도 정책 대신 공급 정책으로의 선회했다는 시그널을 통해 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주겠다는 의도 역시 얼마나 시장에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5개월 후부터 차기 대선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가 외치는 공급 정책보다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입에 더 주목이 갈 수밖에 없다.

여론도 이러한 2·4 대책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2·4 대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 5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2·4 대책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3.1%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국토부 업무보고를 통해 25번째 부동산 대책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여론의 회의적인 시선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