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화 지지" vs 美 "새 접근법"… 난처해진 文
中 "대화 지지" vs 美 "새 접근법"… 난처해진 文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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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문 대통령과 통화서 "韓 역할 중시"… 사실상 '거리두기'
美 "북, 핵 위협 심각" 압박 예고… 임기 후반 문 대통령 '골머리'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정책)' 재추진이 탄력을 받을지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면서 한국이 유지하고 있는 '대화' 기치도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27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정상 간) 온도 차는 없었다"며 "매우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비핵화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측에선 정상 간 통화 이후 이같은 내용을 생략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부르기 위해 중국 설득에 나섰지만, 중국이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며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고 답했다. 원론적 발언을 내놓는 동시에 중국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또 시 주석이 '대화'를 부각했다는 점에서 대북 접근법을 미국과 달리하고 있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22일 "북한의 핵무기가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우리는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버락 오바마 정부 때 펼쳤던 '전략적 인내' 모형의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덧붙여 시 주석은 정상 간 통화에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마무리와 동북아 보건 공동체 구축 등을 촉구했다. 미국 새 행정부와의 무역 전쟁 대비에 중국의 관심이 쏠렸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미국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중국이 주변국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 해석도 있다.    

지난해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 갈등이 발생한 후 문 대통령은 대북통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으로 인선했고, 새 피 수혈을 위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노장까지 재등용했지만, 강대국 사이에서 입장만 난처한 실정이다.

내년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남북 대화 물꼬를 틀 기회는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 관건은 앞으로 있을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합의한 '체제 안정 보장'과 '비핵화' 등 원칙을 구체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공산이 크다.

추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도록 설득 작업을 하는 것도 숙제다. 재검토나 새로운 전략 수립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조기에 성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과 대화 방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비관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안에서의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하면 북핵 문제는 더더욱 우선 순위에서 밀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럴 경우 차기 정부를 위한 가교 역할을 최대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대화는 이른 시일에 성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이웃 국가인 캐나다·멕시코와 통화하고, 이어서 유럽과 아시아 정상과 전화하는 게 관행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