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손보험' 보편적 혜택 고민해야
[기자수첩] '실손보험' 보편적 혜택 고민해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12.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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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짐 정리를 위해 크고 작은 물건을 상자에 담고, 새로 이사한 곳에 짐을 풀고 정리하면서 평소에 잘 쓰지 않던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했다.

계속되는 허리 통증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치료를 받은 덕분에 허리 통증은 많이 나아졌지만, 진료비가 상당했다. 그러던 중 가입해있던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청구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진료비의 약 80% 정도를 보험금으로 받았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보험의 존재를 절실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매달 나가는 보험료를 보며 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보험 가입 후 1년이 넘어서야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환자의 본인 부담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보완형 상품으로, 작년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약 3800만여명이다. 많은 사람이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그 혜택을 받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보험업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지급받았다. 무사고자를 포함한 전체 가입자 93.2%는 평균 보험금(62만원) 미만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대다수는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고, 보험사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상품구조를 개편한 '4세대 실손보험'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많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가 할증되고, 지급보험금이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 크고 작은 병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 실손보험을 통해 의료비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이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일부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 상태에서 보험료만 오르는 것은 대다수 가입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손보험의 형평성을 찾기 위한 고민이 이번 4세대 실손보험에서 끝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 부담에 대한 부분을 차등제를 통해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이 보편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가입심사도 완화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