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점포 축소…효율만 답은 아냐 
[기자수첩] 은행 점포 축소…효율만 답은 아냐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12.1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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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몸집 줄이기'가 점차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점포 수는 4564개로 작년 12월 말(4661개)에 비해 97개가 줄었다. 2018년 12월 말에는 4699개로 1년간 38개 점포가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점포 수 축소는 훨씬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영업환경이 디지털 채널로 전환되면서 점포가 축소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실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 송금에서 대면 거래 비중은 0.75%에 불과했다. 사실상 송금 거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셈이고, 덧붙여서 요즘에는 투자나 대출상담도 온라인으로 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디지털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취약계층에게 은행의 무리한 점포 축소는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의하면, 작년 일반 국민 대비 정보가 취약한 4대 계층(고령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은 60.2%에 불과했다. 특히 정보화 수준이 가장 미약한 고령층은 디지털 활용 역량이 51.6%에 그쳤다. 실제로 농어촌 등 지방에서는 공과금마저도 은행에 와서 납부하는 어르신들이 상당한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우선적으로 폐쇄되는 은행 점포가 위치한 곳이 도서·산간 지역처럼 사실상 금융소외계층이 많이 몰린 곳이라는 게 더 문제다. 사람이 많은 대도시 점포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에서 이들 점포의 통폐합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점포를 더 필요로 하는 지역부터 영업점이 사라진다면 금융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권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올해 취약 소비자계층에 대한 공정한 처우를 보장하기 위해 발표한 지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FCA는 지난 7월부터 은행 지점 및 ATM 폐쇄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당국에 보고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 영향 평가를 하도록 했다. 금융소외계층이 느끼는 디지털금융 이용의 어려움을 소비자 평등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기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우리 역시 이들의 점포 이용 제한을 '평등'의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비용 절감과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은행들의 점포 축소를 생각할 게 아니라, 소비자 소외의 관점에서 이를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소리다. 분명 은행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은행은 나라의 경제를 돌게 하는 중요한 금융 인프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