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불합격으로 판가름됐던 공무원 면접시험은 2015년부터 우수, 보통, 미흡 등급으로 나눠 평가됐다.
필기점수가 커트라인보다 매우 높게 나온 사람은 면접을 못봐도 그냥 통과한다는 수험가 속설에 따라서다. 가령 시험 커트라인이 평균 90점이라고 하면 95점 맞은 사람이 91점을 맞은 사람보다 면접을 통과할 확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똑같이 필기합격선을 넘었더라도 더 성적이 좋은 사람이 면접에서 우위를 점하다보니, 면접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절차라는 의견이 일게 됐다.
또 사실상 필기점수가 높은 순으로만 공무원을 뽑다보니 공부만 잘하고 인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공직에 와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의가 제기되면서 면접 방식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것이 블라인드 면접의 폐해 중 한 부분이었다.
이에 시험 주관 측은 보다 투명한 절차로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 평가방식을 등급제로 바꾸게 됐다.
이로써 필기점수가 커트라인 근처에 형성됐더라도 면접에서 우수를 받으면 바로 최종합격할 수 있었고, 필기점수가 높게 나왔어도 면접에서 미흡을 받으면 최종탈락하는 사례가 생기게 됐다.
공무원 시험 선발 방식이 이처럼 파격적으로 변하면서 수험생이나 필기합격자들은 면접의 중요성을 크게 새기며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심정으로 매진하게 됐다.
그런 상황에 기자는 당시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면접은 어차피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바뀐 선발방식이더라도 그것이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에 그는 면접 선발과 관련한 질의응답 매뉴얼, 심사위원 교육 등 갖가지 자료를 들며 과연 그럴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래도 의구심을 보이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정한 선발이 될 것입니다. 내 직을 걸고 얘기합니다" … 직(職)을 건다는 말에 기자는 더는 할말이 없었다.
빈말이든 진담이든 직을 건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더구나 공직사회에서 고위 관료가 그렇게 말을 하는 건 아주 비장한 마음을 갖지 않고서야 더더욱 쉽지 않다. 그 말이 무슨 뜻을 내포하는지 알기에 더 할말이 없었고 그의 설득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었다.
이 일화가 생각난 이유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데 따라서다. 처음 한두 번은 방역에 시행착오를 겪었다하더라도 이쯤되면 어느정도 사태 진정의 윤곽이 드러나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째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국민 개개인의 부주의로 일이 커졌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지금 양상으로 볼 땐 정부의 우물쭈물한 방역대책이 화근이 됐다는 생각이 더 크다. 노동자 집회 이후 확진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여지 때문에라도 아직 촘촘한 방역의 길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 부처는 때되면 브리핑하는 브리핑 전문 기관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 안전과 관련한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선택적 방역은 있어선 안된다.
방역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안타깝게도 성과가 없다면 노력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현실적 평가다.
심란한 상황이나 그래도, 여하튼, 그래왔듯, 이번 유행도 어떻게든 지나는 갈 것이다. 기자는 코로나19 저지를 위한 국민의 아우성을 체감한다. 정부 관계자들도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 옷을 벗겠다는 심정으로 방역 관리에 임했으면 한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