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아이를 팝니다’ 차라리 장난이었으면…
[e-런저런] ‘아이를 팝니다’ 차라리 장난이었으면…
  • 신아일보
  • 승인 2020.10.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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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에 아이를 팝니다.’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기지 않는 말이다. 인형도 아니고 아이를 판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 싶을 수밖에 없다. 바로 지난 16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게재된 글이다. 제주지역에 올라온 이글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조금 더 정확히는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 있어요’라는 제목과 함께 판매금액 20만원이 기재돼 있었고, 아이 사진까지 떡하니 걸려있었다. 이를 본 한 이용자가 채팅으로 판매자에게 아이를 왜 입양보내냐고 물으니 본인은 27살 미혼모이고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건네왔다. 이후 사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경찰이 게시자의 행방을 쫓은 결과 미혼모 쉼터에서 지난 14일 아기를 낳은 뒤 공공산후조리원에서 몸을 추스르던 중 판매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고로 글을 올렸을 때는 아이가 태어난지 2~3일 남짓 됐을 때고 36주는 태아상태일 때 임신 주수를 말하는 듯하다. 

이 글을 올리기까지 본인도 큰 고민을 했을 것이다. 미혼모쉼터에서 혼자 산고를 겪으면서 아이를 출산했지만 키울 길이 더욱 막막했기에 이런 글을 올린 것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하지만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 열일곱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이기에 충분히 책임져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접한 뒤 두 아이의 엄마로써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이가 친모로부터 분리돼야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라면 아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마음인 것이다. 

아이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다. 어른들로 하여금 세상에 나왔는데 아직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채 버림받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친모가 마음을 다잡고 아이의 앞날을 위해 최선을 다해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모를 때 빠른 분리가 답일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각각의 사연이 있다. 친모에게도 분명 말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러 사연이 있다한 들 방식이 틀렸음은 분명하다. 사용하다가 필요없어진 물건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중고거래를 위한 곳에 금액까지 적어서 아이를 올리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일인지에 대해 꼭 깨닫기를 바란다. 차라리 장난이었길 바랐지만 실제상황이라는 것에 더 마음이 아파온다. 부디 친모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고아라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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