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항공업계 '희망 불씨' 꺼뜨려서야
[기자수첩] 항공업계 '희망 불씨' 꺼뜨려서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8.19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서울시와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대화에 나선다. 각사가 대화에 나서는 이유는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 하루빨리 자산과 회사에 대한 매각을 결론지어야 한다.

우선, 대한항공은 8월20일 서울시와 송현동 부지 매각을 놓고 마주 앉는다. 이는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하면서 마련된 자리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12일과 8월12일 권익위에 “서울시의 문화공원 추진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절차 중단 권고를 내려달라는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을 강행하면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고, 서울시가 강제 수용 절차를 밟더라도 연내 모든 절차가 끝나기 힘들어 경영 정상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이번 대화에서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는 기존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 입장을 고수하고, 대한항공도 공원화 반대라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자리가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대화가 되면 대한항공의 자산 매각 계획은 시간만 지연될 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현산과 마주한다. 이번 대화는 인수·합병(M&A)을 다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현재 금호산업과 현산 관계자들은 서로 만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8월12일 이후 실제 계약해제 통지 여부는 양사 최고경영자(CEO) 간 미팅 등 현산과 협의 진행 상황에 따라 검토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권순호 현산 사장과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이 마주 앉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아직 양사 간 M&A 재점검 논의의 진행 상황이나 구체적인 일정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금호산업과 현산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M&A의 향방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항공업계의 상황은 엄중하다.

항공업계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국제선 모두 운항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나마 국내선 활성화에 나서던 항공업계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름휴가 등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힘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화물 실적을 중심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인건비 감축 등 ‘허리띠 졸라매기’의 성과이기도 해 좋아할 수만 없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확보를 통해 연내 유동성 확보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매각을 통한 새로운 동력 확보를 바라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의 경영 상황이 심각한 만큼 시급히 긍정적인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항공업계의 이번 대화가 단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다.

항공업계는 하루빨리 긍정적인 결론을 내서 올해 안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불씨를 살려야 한다. 특히, 서울시와 현산은 국내 항공업계 희망의 불씨를 꺼뜨려선 곤란하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