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맛집' SK하이닉스, 기술 넘어 사람을 담다
'광고 맛집' SK하이닉스, 기술 넘어 사람을 담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6.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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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특산품' 등 천만 조회수 이상 영상 다수
B2B기업 이례적 홍보채널 강화…사람·이야기 집중
"인재 영업, 브랜드 가치 제고 위한 소통 채널강화" 결과
SK하이닉스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들.(이미지=유튜브)
SK하이닉스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들.(이미지=유튜브)

구독자 35만6000명, 최대 조회영상 8149만회. 어느 유명 크리에이티브가 아닌 국내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유튜브 채널이다. SK하이닉스가 수년 전부터 온라인 등에서 독특한 광고영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현재 이들 채널엔 조회 수 1000만 이상의 영상이 13개에 달하고, 영어자막을 입힌 영상에는 해외 네티즌들의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B2C(일반 소비자 대상)가 아닌 B2B(기업간 거래) 기업으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SK하이닉스의 영상들이 호평 받는 배경은 기술을 따분하게 설명하기 보단,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 사는 이야기 등을 담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공개한 ‘이천 특산품편’(조회수 3134만회)은 ‘반도체도 특산품이 될 수 있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주목 받았다.

영상에서 한 초등학생은 이천 소재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아버지가 평소 ‘아빠가 만든 반도체가 세계적’이라고 하는 말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시험에서 ‘우리고장 이천의 대표적인 특산품’을 적으라는 문제에 ‘반도체’를 적어내 오답으로 평가받았고, 집으로 돌아와 불만을 토로한다.

아버지는 시청에 ‘반도체도 특산품이 될 수 있냐’며 문의해 부정적인 답을 들었고, 이들 부자는 전단지까지 뿌리며 ‘이천을 세계적인 반도체 고장’으로 알리기에 나선다.

SK하이닉스의 '이천 특산품편' 영상.(이미지=유튜브)
SK하이닉스의 '이천 특산품편' 영상.(이미지=유튜브)

온라인상에선 ‘독특하다’, ‘잘만들었다’ 등의 평가가 줄을 이었고, 이천시에선 반도체를 특산품으로 인정한다는 이천시장의 가상 기자회견 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정호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장은 “기획 단계부터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며 “운이 잘 맞았는지 우연히 섭외한 연기자(김강훈)가 떠오르는 신예 아역배우였다. 광고이후 여러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어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어서 이천시가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이천 시민들도 호응해 주시는 등 여러 가지 호재가 겹쳐 더욱 화제가 됐다”며 “여러 이슈가 더해지며 더 잘된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올린 ‘청주 직지편’(3123만회)에선 직장인들이 공감하고, 일반인들도 웃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반도체 개발역사를 풀어낸다.

영상에선 SK하이닉스의 한 개발자가 상사에게 최신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고하자, 상사는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그 다음?’을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친 개발자는 “우린 대체 무슨 사이였을까”라고 말하자, 영상은 과거 고려시대 직지심경을 개발하던 당시로 전환된다.

청주 직지편 영상.(이미지=SK하이닉스)
청주 직지편 영상.(이미지=SK하이닉스)

고려시대에선 기술자와 상사의 역할이 뒤바뀐 상태. 상사는 필사에 이어, 목판, 금속으로 활자를 인쇄해 기술자에 가져오지만, ‘다음’이란 요구에 지쳐간다. 영상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도시 청주에서 세계적인 첨단 반도체를 만듭니다’라며 끝을 맺는다.

‘행복GPS’ 시리즈는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현재 3편까지 나온 이 영상들은 SK하이닉스가 2016년부터 진행한 사회공헌사업 ‘행복GPS’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행복GPS는 인지장애 노인 등 실종 위험 대상자에게 배회감지기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올해까지 약 1만9000대 보급될 예정이다.

그 외 올해 3월 이미지센서 반도체를 의인화한 영상 ‘눈력자들’은 조회수 3100만회, ‘테너시티 신드롬’ 시리즈는 1000만회를 넘기며 호평을 받고 있다.

원 팀장은 “SK하이닉스의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을 대표하는 ‘첨단기술’, ‘집념’, ‘사회적 가치’ 등 메시지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가장 깊게 고민한다”며 “만약 단순하게 가르치듯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면 유튜브를 즐기는 시청자 층에게 외면당한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행복GPS' 소개 영상. 올해 중 네 번째 이야기가 공개될 예정이다.(이미지=유튜브)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행복GPS' 소개 영상. 올해 중 네 번째 이야기가 공개될 예정이다.(이미지=유튜브)

이어 “그래서 때로는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기발한 광고로, 때로는 유머와 감동을 더한 드라마, 어떤 때는 ‘행복GPS’처럼 후속편이 이어지는 시즌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며 “‘신드롬 시리즈’처럼 기존 영상의 스핀오프도 시도한다. 이런 도전들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제 어느 정도 SK하이닉스만의 영상 커뮤니케이션 컬러가 잡힌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홍보채널 강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브랜드가치를 제고하고 우수인재 유입 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18년 신설된 브랜드 전락팀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다변화했고, 같은 해 ‘우주로 가라’로 대표되는 반도체 의인화 시리즈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영상의 영어자막 버전은 8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원 팀장은 “커뮤니케이션의 주 타깃은 젊은 세대로, 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을 통한 소통을 선호한다”며 “이런 트렌드에 맞춰 유튜브를 중심채널로 하여 기발한 영상을 제작하고, 그 안에 ‘첨단기술기업’, ‘사회적 가치추구’, ‘기술개발을 향한 집념’ 등 저희의 키 메시지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과 소통에 앞서가는 브랜드의 좋은 사례로 선정돼 유튜브 행사에 초청된 원정호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장.(이미지=유튜브)
팬들과 소통에 앞서가는 브랜드의 좋은 사례로 선정돼 유튜브 행사에 초청된 원정호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팀장.(이미지=유튜브)

성과도 고무적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영상들로 국내외에서 다수의 광고상을 받았고,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렸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작년 국내 기업 브랜드가치 평가에서 B2B 기업으론 이례적으로 톱10에 진입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자체 조사결과 이공계 취업계층에서 ‘이천편’을 보고 기업이미지가 상승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90% 가깝게 나왔다.

원 팀장은 “이공계 인재가 중요한 SK하이닉스로서는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며 “기업이미지, 브랜드가치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변화,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궁금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원 팀장은 “영상 콘텐츠 다변화, 온라인 소통 트렌드와 채널에 대한 연구 등을 계속하고 있다”며 “영감을 얻으면 바로 실험해 보고자 한다. 늘 새로운 변화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