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검역서 이미 4차례 확진자 나와… “항만 방역 강화했어야”
부산항 검역서 이미 4차례 확진자 나와… “항만 방역 강화했어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6.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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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박 집단감염.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선박 집단감염. (사진=연합뉴스)

부산 감천항 동쪽부두에 정박 돼 있던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3933t)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 감염 사태 전 부산항 검역과정에서  4차례 확진자가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부산항 검역과정에서 확진자가 4차례나 나왔음에도 이번에 또 항만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관계기관이 항만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선박이 입항할 때 내는 서류로 검역 통과 유무를 판단하는 ‘서류 검역’이 아닌 직접 승선에 올라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승선 검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 항만 검역소에의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21명이다.

지난 4월28일과 29일에 각 1명이 나왔고 5월11일과 15일에 또 각 1명이 나왔다. 이어 지난 22일 러시아 선박 관련 17명이 무더기 확진됐다.

부산항은 북항, 남항, 감천항, 다대항, 부산 신창 등 5개 항이 있다. 입항하려면 모두 부산 검역소를 거쳐야 했다. 4~5월에 나온 확진자 4명이 중 어느 항에서 들어오다 확진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벌어진 러시아발 선박 관련 집단감염은 감천항에서 나왔다.

이번에 방역망이 뚫린 건 부실했던 검역 때문이었다. 이번 러시아 선박의 경우 지난 21일 오전 입항했지만 서류만 제출하는 ‘전자 검역’을 통해 무사통과했다. 이후 검역 당국이 러시아 현지에서 선원 교대가 있었고 당시 하선한 선장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신고를 받은 후에야 배에 올라타 승선 검역을 했다. 승선 검역이 있은 후에야 확진자를 찾아내게 됐다.

하지만 검역 당국이 확진자를 찾기 전 감염된 선원이 하역작업을 한 부산항운노조원 90여명과 밀접접촉을 했고 현재 이들은 모두 격리돼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59만228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별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승선 검역’이 아닌 ‘전자 검역’으로의 관리만 하게 됐다.

이에 늦은 감이 있긴 하나 여하튼 늦게라도 ‘승선 검역’으로 확진자를 찾아낸 데 따라 러시아 선박 검역 시스템을 ‘서류 검역’에서 ‘승선 검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검역 인력과 자원 인프라는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승선 검역 대상 국가를 늘리면 그에 따라 현장 업무를 할 방역 인력 등 인프라를 같이 늘려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방역당국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러시아 선박을 계기로 항만 방역 강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개선책이 마련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