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이어 선박까지…해외유입 급증 속 항만방역 ‘비상’
항공기 이어 선박까지…해외유입 급증 속 항만방역 ‘비상’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6.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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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선박 코로나19 집단감염. (사진=연합뉴스)
러시아발 선박 코로나19 집단감염. (사진=연합뉴스)

방글라데시발 입국자 7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더기 확진된 데 이어 이번에는 러시아발 선박에서 16명이 집단 확진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가 늘면서 방역당국은 해외 입국 사례에 특히 주시하며 방역을 해왔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코로나19는 바닷길로 우회하면서 또 한 번 방역당국의 힘을 빼고 있다.

항공기에 이어 선박까지 뚫린 데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역 문제를 제기하며 더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러시아 선박 집단감염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지난 19일 오전 10시 부산에 입항한 선박 A(3933t)에서 발생했다. 이 선박은 입항 후 이틀 뒤인 21일 오전 8시부터 부산 감천항에 정박 돼 있었다.

그러다 부산검역소가 1주일 전쯤 발열 증세로 러시아 현지에서 하선한 A호 전 선장이 러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신고를 받았고, 이에 선박에 승선한 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 결국 집단감염 사실을 밝혀내게 됐다. 선박 탑승한 선원은 총 21명이었고 이 중 16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부산 보건당국 등은 즉각 러시아 선원을 선내에서 격리했으며 확진자와 접촉한 자들을 자가격리하고 진단검사에 나섰다.

접촉자는 하역 작업을 위해 A호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원 34명을 비롯해 160여명의 항운노조원, 선박수리업체 소속 수리공,도선사, 물류검수사, 하역업체 관계자, 수산물품질관리원 소속 공무원 등이다.

특히 항운노조원은 확진자가 나온 A호는 물론 옆에 정박한 또 다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B(3970t)호의 하역 작업도 맡았는데 선박수리업체 소속 수리공 2명이 이 두 선박을 오가며 작업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두 선박 작업에 투입된 항운노조원 모두가 격리되는 큰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현재 파악된 격리 항운노조원은 A호에 올랐던 34명 외 육상 작업 인력 28명, B호 투입 노조원 63명 등 124명이다.

항운노조원의 확진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노조원 확진자가 일부 발생할 경우 하역 작업 부재로 항만운영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현재 항운노조원은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25일 모든 노조원의 검사가 끝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 당국은 이날부터 노조원의 검사가 끝나는 25일까지 일단 결과를 지켜보고 음성 판정이 나올 때는 작업 재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 검사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할 시에는 하역 중단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항만 관계자들은 선박은 코로나19 무방비 상태로 예견된 일이었다며 씁쓸해했다. 항운노조원과 러시아 선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 밑에 걸쳐놓은 채 밀접하게 접촉했고 1~2m 너비에서 수시로 지나쳤다는 후문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어찌보면 이번 코로나19 감염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또 선박 방역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검역당국은 러시아 선박이 입항 전 제출한 서류만을 토대로 하는 ‘전자검역’에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검역증을 내줬다. A호 측이 유증자가 없고 선원들이 배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A호 측이 이 선박의 전 선장이 러시아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실을 알리기 않았기에 검역당국은 이를 알 수가 없어 코로나19 감염은 생각지도 못했다. 러시아 선박이 입항할 경우 검역관이 직접 승선해 검사하는 ‘승선 검역’도 하지 않았다.

선박이 입항한 21일부터 하역작업이 시작된 22일 오전까지 도선사, 검수사, 하역업체 직원, 항운노조원 등 수십 명이 배에 올라가 선원들과 접촉했고 결국 러시아발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서류에만 의존하는 전자검역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검역당국이 뒤늦게 러시아에서 온 선박은 향후 모두 승선 검역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다소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현재 선박 관련 접촉자의 검사가 진행 중으로 확진자는 지금보다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수도권 중심 확산, 해외유입 사례 증가에 이어 항만까지 뚫리면서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