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38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e-런저런] 38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 신아일보
  • 승인 2020.06.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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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평소보다 2배 많은 근로자가 투입됐고, 대피로는 벽돌로 막혀있었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화재 사고 역시 ‘인재’라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왔다.

안전 수칙을 철저하게 지켰더라면 줄일 수 있었던 인명피해는 비상 경보장치 등 임시 소방시설 미비로, 설계와 다르게 패널로 마감된 비상계단 때문에 불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커졌다.

특히 건물 지하 2층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불길을 피해 대피로로 향했지만 대피로가 벽돌로 막힌 탓에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사실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자 한명의 휴대폰에는 ‘비상문이 있었는데 안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날 생사의 기로에 서있었던 근로자들은 대피로 앞에 켜켜이 쌓인 안전불감증에 가로막혀 그곳을 탈출하지 못한 것이다.

무리한 작업 진행이 없었다면,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4월29일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근무를 마치고 가족이 기다리는 곳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결국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를, 남편을, 동생을, 자식을 앗아간 셈이다.

문제는 이전에도 수많은 인재사고가 있었음에도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며, 지금도 어디선가 노동자들이 위험천만한 작업장에서 위태롭게 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번 이천 화재 사고에서 나온 38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사람의 목숨보다 공사기일 단축이, 비용절감이 더 중시되는 작업현장이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