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개정 효과, 보험업계 기대 못 미칠 것"
"데이터3법 개정 효과, 보험업계 기대 못 미칠 것"
  • 김현진 기자
  • 승인 2020.03.0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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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서비스 기반 마련했지만 금융당국 의지 등 걸림돌 많아
성장 침체기 수익성 개선 이끌만한 변화도 '아직 먼 얘기'
서울 여의도 국회. (사진=신아일보DB)
서울 여의도 국회. (사진=신아일보DB)

보험업계가 데이터3법 개정과 관련해 신사업 발굴과 수익성 개선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뚜껑을 열었을 때 나타날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정된 법을 현실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 당국의 의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성장 침체기에 놓인 보험업계의 수익성을 의미 있게 개선할만한 묘수를 찾아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1일 보험연구원의 '데이터3법 개정이 보험회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3법 개정은 보험 신상품 개발과 요율 산정,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중 개인정보에 관한 개정안을 통칭하는 것으로, 지난달 국회에서 의결돼, 오는 8월 시행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가명 정보와 익명 정보에 대한 정의를 도입하고, 통계 작성 및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기관의 데이터 결합을 허용했다. 개인식별정보인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포함하지 않거나 암호화한 데이터인 가명·익명 정보를 전문기관이 결합해 의뢰인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신규 보험상품 개발과 인수 심사, 요율 개선 등이 쉬워지고, 관련 학술연구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가 보유한 운전보험 정보와 통신사가 보유한 운전 습관 정보를 결합·분석해 운전 스타일별 보험 요율을 산출하거나 보험료에 반영하는 등 이용자 맞춤형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 최 연구위원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으로, 새로운 보험판매 채널을 통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 시 보험사의 고객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단순히 보험계약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수준에서 건강과 자산 현황, 생활 습관 등과 같은 다른 정보와 결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를 이용한 데이터 결합 및 통계 제공 개념도. (자료=보험연구원)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를 이용한 데이터 결합 및 통계 제공 개념도. (자료=보험연구원)

문제는 데이터3법 개정으로 마련된 제도적 기반이 실제 보험 상품 다양화와 서비스 발전 등 눈에 보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 연구위원은 추가로 이 부분에 주목했는데, 법 개정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고 결론 내렸다.

최 연구위원은 "데이터3법 개정으로 건강정보와 신용정보 등을 반영해 요율을 세분화할 수 있게 됐지만, 제한이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역별 요율 차등화가 지역 차별이라는 이유로 금융감독 당국이 승인하지 않고 있는데, 데이터3법 도입으로 요율 세분화가 가능해지겠지만 감독 당국이 승인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도 큰 기대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특히, 보험업계의 관심이 높은 마이데이터 사업도 업계 수익성 측면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건강관리 제공 등으로 보험업계에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다는 기대가 있지만, 이는 보험의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고 부수 업무로 사업 분야가 조금 늘어나는 정도"라며 "현재 보험업계의 성장이 정체돼 있고 금융시장에서 수익률이 힘든 상황에서 사업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를 통한 순익 증대 효과는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업계 자체적으로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 발굴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스템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이 분야에) 제대로 진출한 보험사가 없어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