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철도관광의 비상을 꿈꾸며
[기고칼럼] 철도관광의 비상을 꿈꾸며
  • 신아일보
  • 승인 2019.10.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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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욱 한국철도공사 관광사업처장
 

무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몸을 숨겼다. 선선한 바람이 여름이 간 걸 알리더니 어느새 가을이다. 삶은 달걀과 사이다, 통기타와 레크리에이션, 수학여행과 대학 MT……. 그리운 가을철 풍경이다. 

기차를 타고 대성리와 청평, 가평, 강촌, 춘천까지 여행한 추억이 떠오른다. 어릴 적 보던 한적한 시골마을은 철길을 따라 유명 관광지로 변신했다. 기차가 운행하며 누추한 빈 건물들이 식당, 숙박업소로 변하고 텅 빈 거리는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기차가 사람과 일자리까지 실어 날랐다. 지자체 관계자 사이에서는 "기차 타고 온 사람은 돈을 남긴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철도는 대표 육상운송수단이자 관광지 형성의 매개체다. 2013년부터 자연경관이 빼어난 철도노선을 발굴해 '철도관광 5대 벨트'를 운영 중이다. 민족분단의 아픔을 지닌 도라산역에 정차하는 평화관광열차 DMZ-트레인, 백두대간 협곡을 여행하는 V-트레인과 정선 5일장에 맞춘 정선아리랑열차 A-트레인 등이다. 개통 이후 누적 이용객은 364만 명에 이른다. 철도관광으로 비롯된 지역경제 생산유발효과가 6300억 원이 된다는 자료도 있다. 

2004년에 KTX가 개통되면서 대한민국의 관광지도를 혁신적으로 바꿨다. 전국 하루 여행 시대가 열렸다. 당일로 서울에서 여수 밤바다를 보러 가고, 부산에서 홍대 공연을 보러 온다. 2박 3일 코스가 주를 이루던 남도의 섬 관광도 1박 2일로 가능하게 됐다. 시간과 공간의 혁신이다.

관광산업을 넘어 지역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철도관광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지난달 한국철도는 철도관광 중장기 기본계획을 세웠다. 키워드는 자유여행객, 모바일, 투자 확대, 해외시장이다. 자유여행객을 위해 '원스톱 종합여행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한다. 현재, 관광지 할인권과 입장권, 렌터카 서비스에서 공연과 운동경기 입장권, 지역 맛집 탐방과 특산물 구입까지 확대된다.

올해 단체여행, 패키지 상품 이용객 비중이 전년 94.1%에서 77.5%로 줄었다. 반면 개별·자유여행 상품 이용객 비중은 5.9%에서 22.4%로 크게 증가했다.

이달에는 철도를 통해 우리나라 팔도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기차여행 패스인 '팔도레일패스'를 출시했으며, 앞으로 고객의 여행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테마로 자유여행패스를 개발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투자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 17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관광전용열차를 대체할 새로운 관광전용열차 96량을 도입할 예정이다. 내부에서부터 외관까지 고객 취향과 유행에 맞게 전부 바꾼다. 차량 일부는 사람이 뜸한 벽지노선을 달려 숨은 지역 관광지를 찾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여행은 단순히 지역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경험이다.  

국내에 머물던 철도관광이 세계로 나가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철도인의 꿈일 것이다. 대륙철도를 잇기 전 세계 철도관광 시장의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 전용 기차여행패스 '코레일 패스'의 모바일 버전을 오픈하고 해외 판매망을 확대한다. 열차 승차권과 숙박, 입장권 등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종합 여행서비스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기차로 이동하며 한국을 편리하게 여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

지역의 변화를 이끌던 철도관광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대륙철도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들, 그리고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코레일 패스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 벽지 산간까지 가득한 철도관광의 향취에 놀라고 즐거워하는 모습. 앞으로 만들어갈 새로운 철도관광의 미래를 꿈꿔본다. 그 중심에는 철도가 있고, 우리나라,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이 있다.  

/강성욱 한국철도공사 관광사업처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