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중요한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며 “문화 콘텐츠는 작년 한 해에만 100억 달러 수출 성과를 올렸고 세계 7위의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 얘기다. 방탄소년단의 비즈니스 모델을 언급하고, 꽃보다 할배의 포맷수출을 예로 들어 우리 콘텐츠 산업의 성장성을 역설했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성장시켜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을 글로벌 음악도시로 만들겠다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총 4818억원을 투자해 공연장을 확충하고, 음악축제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계절별로 드럼, 국악, 케이팝, 클래식을 주제로 한 6개 축제를 육성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 과거 악기상가로 명성을 떨쳤던 낙원상가에 악기교습과 연습 공간을 만들고, 서울 곳곳에 지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중소 공연과 공연장을 확충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관이 주도하는 문화 정책이 5년의 기틀위에 성공적인 모습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와 시행이 뒤따라야만 한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음악도시들은 자발적 태동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지역민들이 먼저 나서고 관의 지원이 뒤따르는 경우인 것이다. 이는 현장의 고민과 욕구가 치열하게 반영됨으로써 음악이 그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적 콘텐츠로 자리 잡고 지역에 녹아든다는 점을 시사한다.
관 주도 문화정책은 한 방향성에서 생기는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몇몇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주도해 나가다 보면 자칫 포장에 치우쳐 내실을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에는 새로운 래퍼, 트로트 가수, 밴드 그룹, 싱어송 라이터, 아이돌 가수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마치 전 국민이 연예인 목전에 가 있는 준비생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서 문화정책의 방향이 집중화와 대형화라는 과대포장에 치우쳐 자칫 왜곡된 음악한류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문화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아울러 음향, 무대 등 전반적인 전문 인력이 함께 양성되고 음악인과 지역민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기반이 동시에 조성되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여기에 문화가 소비되는 플랫폼이자 콘텐츠 마켓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기획이 가미됐을 때 글로벌 음악도시로서 서울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나 서울시는 문화정책과 콘텐츠 육성에 있어 장기적이고 세밀한 준비와 실행이 필요함을 유념해주길 바란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