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는 최고 경지에 오른 전문 도박꾼을 일컫는 은어지만, 만화가 허영만 그림을 그리고, 만화작가 김세영이 글을 쓴 4부작 만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타짜’ 1편은 2006년에, 2편인 ‘타짜-신의 손’은 2014년에 개봉했다.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은 타짜 시리즈 3편으로 화투를 소재로 한 전편들과 달리 포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원 아이드 잭’은 게임용 카드에서 때로는 와일드카드로 사용되기도 하는 스페이드의 잭(jack)과 하트의 잭(jack)을 말한다.
영화가 도박을 소재로 한 만큼 포커 도박을 하는 장면이 많다. 특히, 애꾸(류승범 분)가 ‘원 아이드 잭’ 팀을 만들어 호구인 물 영감(우현 분)을 작업하려고 사기도박을 펼치는 내용이 있다. 이와 같은 사기도박도 도박죄에 해당할까?
도박은 당사자가 서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서 걸어 둔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도박이 성립하려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득실이 우연에 의해서 결정돼야 한다.
우연은 도박하는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불확실하면 족하고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필요는 없다. 우연에 의해서 결정되는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득실은 정당한 이익이 아니어야 한다. 그러므로 보험계약은 우연성이 있더라도 정당한 것이어서 도박이 아니다.
당사자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나 기능, 기량의 숙련 정도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운동 경기도 우연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므로 도박성이 인정된다. 예를 들어, 내기 골프를 하거나 마사회가 시행하는 경주를 이용해 도박행위를 하는 경우는 도박죄가 성립한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예외적으로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것은 법령에 의한 행위로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도박죄를 처벌하지 않는 외국 카지노에서 하는 해외 원정 도박의 경우는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
도박을 하더라도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일시오락 정도에 해당하는지는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 도박에 가담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정도, 도박으로 취득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한 면이 있다.
영화 속에서, 포커 도박하는 것은 도박죄가 성립하고, 도박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상습도박죄가 성립할 것이다. 카드를 받은 그대로 포커를 하면 도박죄가 성립하지만 카드를 바꾸는 방법 등으로 상대방을 속여서 포커를 하면 우연성이 없으므로 도박죄가 아닌 사기죄가 성립한다.
사기도박을 숨기기 위해 얼마간 정상적인 도박을 했더라도 이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에 포함되는 것이고, 상대방을 기망해 재물,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으므로 사기도박을 한 사람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그렇지만 상대방은 사기의 피해자로서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타짜인 애꾸가 도일출(박정민 분)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나 물 영감을 작업하기 위해서 ‘원 아이드 잭’이라는 팀을 결성하면서 권원장(권해요 분)이 자신을 소개할 때, ‘도박꾼’이 아니라 ‘사기꾼’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사기도박이 도박이 아니라 사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사기 도박꾼 마귀(윤제문 분)은 끝내 도일출에게 속아서 목숨까지 잃는다. 사랑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분야의 ‘최고’도 움직인다. 즉, ‘최고’는 정적으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유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