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직업은 없었다. 판사인가, 주식 전문가인가.’
올초 유행했던 영화 극한직업의 유행어가 떠오를만한 청문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와 관련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35억원대 주식과 관련해 ‘판사는 부업이냐’, ‘워런 버핏처럼 주식을 해야 한다’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뒤이어 11일에도 후폭풍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야권은 이날 이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많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부적격’ 후보자를 수없이 지켜봤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과거의 실수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모든 것을 남편이 진행했기에 본인은 몰랐다고 변명했지만 한 가지만 따져 봐도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 후보자 부부가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인 이테크건설의 경우 부부 합산 13억원어치나 사놓은 상황에서 그 회사 재판을 맡았다. 특히 이테크 건설 관련 재판을 맡은 뒤 해당 회사 주식을 더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았으나 이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지금까지 청문회 단골메뉴는 위장전입이었다. 앞날을 몰랐던 지난 날 저질렀던 ‘실수’로 청문회장에서 후회한다, 반성한다 등의 참회를 밝히곤 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는 다르다. 헌법재판관 임명의 문제가 아닌 도덕적 자질을 뛰어 넘어 위법·범법의 문제로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쯤에서 이 후보자가 임명된 헌법재판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관은 막강한 지위를 갖는 자리다. 법률의 위헌 여부는 물론 대통령 탄핵까지 결정할 수 있다. 막강한 지위를 갖는 만큼 다른 어떤 공무원보다 도덕성, 윤리성, 신뢰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앉는 사람이 국민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헌재의 결정을 어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 후보자의 논란과 비슷한 일은 지난 2017년에도 있었다. 당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주식대박’ 논란을 겪다가 자진사퇴한 바 있다.
이미선 후보 역시 자진사퇴를 결단해야 할 때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돌아오기 전 이 후보자가 깔끔하게 자진사퇴 해야 한다. 법복을 입은 이 후보자 역시 사법부 신뢰에 대한 날개 없는 추락을 원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 할 수 없다면 방미 중인 문 대통령이 지명 철회라도 해야 한다.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 경색은 물론이거니와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