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 후진국] ③ 싼값에 빨리 지으려는 과욕 버려야
[건설안전 후진국] ③ 싼값에 빨리 지으려는 과욕 버려야
  • 천동환·이정욱 기자
  • 승인 2018.02.0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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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선 찾아보기 힘든 정규직화 분위기
입찰방식 개선 및 표준공사비 '정상화 필요'
빌딩 공사 현장.(사진=신아일보DB)
빌딩 공사 현장.(사진=신아일보DB)

"대한민국은 안전 후진국이다" 눈 부셨던 경제발전 속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 한 안전의식 탓에 이 땅 곳곳에서는 황당한 사고들이 사그라들 줄 모른다. 특히 온 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설현장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무너지고, 부러지고, 떨어지는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평택에서 힘 없이 주저앉은 다리 하나는 건설현장에서 왜 이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대한민국이 건설안전 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이유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살펴봤다.<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다.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안전관련 직무를 우선 정규화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안전과 직결되는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공사는 싸고 빠르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건설업계의 고용안정은 물론 안전성을 높이는 첫 걸음이라고 조언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교통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부 산하 23개 공공기관들은 작년 말 기준 직접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 4610명 중 66.4%인 3063명을 정규직 전환키로 결정했다.

작년 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파견·용역직 중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원도 7개 기관 1859명에 이른다.

지난 30일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파견·용역 근로자 268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등 앞으로 정규직 전환 규모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새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 중인 공공기관들은 특히 안전 관련 직무를 맡고 있는 인원들을 우선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근무 환경이나 처우가 일정수준 뒷 받침 돼야 책임감 있는 국민의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민간기업들에까지 이어져 SK브로드밴드와 농협 등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작업 동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전체 산업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는 건설업계에서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안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업무들이 대부분인 것을 고려하면 어떤 분야 보다도 정규직화를 서둘려야 하는 업계가 건설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안전문제가 부각되는 시기에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건설현장의 중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설근로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장인력의 정규직 비율을 높이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더라도 처우를 정규직 못 지 않은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으로 입찰방식의 개선이 꼽힌다. 건설사들이 최저가 입찰로 공사를 낙찰받는 구조에서는 인건비 등 비용절감과 공사기간 단축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최우선과제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개념에서 업계에서는 공사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시장단가 및 표준품셈의 정상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가 올해 1월1일부터 표준시장단가를 작년 하반기 대비 2.28% 올려서 공고했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실제 시공단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건설품질 및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에 대해 정규직을 배치토록 하는 등의 법적 제도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건설현장의 주요 업무를) 정규직이 맡아야 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생명 관련 건설현장 주요 업무에 비정규직 배치를 제재하기 위한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