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유네스코 동시 탈퇴… 보코바 "깊은 유감"
미국·이스라엘 유네스코 동시 탈퇴… 보코바 "깊은 유감"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7.10.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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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스라엘 편향 정서에 반발… 체납금 증가 부담도 작용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美 용기있는 결정… 탈퇴 준비"
유네스코, 사실상 대응 여력 없어… 운영에 타격 불가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 (사진=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유네스코(UNESCO)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유네스코를 탈퇴한 이유로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과 유네스코의 반(反)이스라엘 편향을 꼽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혈맹국이다.

또 이스라엘은 미국의 탈퇴 방침에 용기 있고 도덕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유네스코가 역사를 보전하기는커녕,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유네스코 탈퇴 공식 통보 사실을 알렸다. 

국무부는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려진 것이 아니며, 유네스코의 체납금 증가, 유네스코 조직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유네스코의 계속되는 반이스라엘 편견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한다"며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국무부는 "세계유산 보호, 언론자유 옹호, 과학적 협력과 교육 증진"에 대한 견해를 계속 유네스코에 전달하고자 탈퇴 이후 정식 옵서버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보코바 사무총장에게 전했다.

국무부는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결정은 내년 12월 3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출범 이후 유네스코 탈퇴 의사를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유네스코 분담금 체납액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이 이유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미국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연간 8000만 달러(약 907억원) 이상 삭감했다.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유엔 기관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하는 관련법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미국이 삭감시킨 분담금은 결국 미국의 체납액이 됐고, 이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지금까지 미국이 유네스코에 진 빚이 5억 달러(약 5665억원)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가 동예루살렘의 이슬람·유대교 공동 성지 관리 문제를 놓고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탈퇴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유네스코는 지난 7월,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 구시가지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해 이스라엘의 강력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휴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미국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용기있고 도덕적인 결정"이라며 자국 역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유네스코는 역사를 보전하기는 커녕 왜곡하고 있다. 그곳은 어리석은 자들의 극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사진=EPA/연합뉴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사진=EPA/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유네스코는 당장 미국과 이스라엘의 탈퇴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불가리아 출신인 현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의 임기가 11월로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레임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은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이어서 향후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이날 성명을 내고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한 싸움에서 교육과 문화교류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미국이 이 문제를 주도하는 우리 기구를 탈퇴하는 것은 깊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유네스코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21세기를 더더욱 정당하고 평화롭고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모든 나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