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8강 미국전, '져도 좋다, 마음껏 즐겨라!'
女농구 8강 미국전, '져도 좋다, 마음껏 즐겨라!'
  • 신아일보
  • 승인 2008.08.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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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농구가 8년만에 올림픽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지난 17일 라트비아와의 A조 예선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72-68의 승리를 거둬 2승3패로 4위에 올라 각 조 4위까지 오르는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강에 진출한 이후 8년만에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4강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한국이 19일 오후 9시에 벌어지는 8강전에서 만날 상대는 B조에서 5전 전승을 거둔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위 미국이다.

미 프로농구(NBA) 선수들로 구성돼 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미국남자대표팀에 비해 유명세는 덜할지 몰라도 그들의 기량은 남자팀의 그것 이상이다.

다른 국가들과의 기량 차를 간접 비교해보면 오히려 남자팀보다 더 강한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예상처럼 B조 예선에서 경기당 평균 98.2득점, 실점은 55.2점으로 거짓말 같은 기량을 자랑했다.

득실 마진은 무려 43점에 이른다.

미국대표팀은 미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고, 한국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최고스타로 활약했던 타미카 캐칭(29)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팀이 한국의 8강 상대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이 미국을 꺾고 4강전 즉, 준결승전에 진출할 확률은 '0(제로)'에 가깝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지기 위해 경기를 하는 선수나 팀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대표팀의 정덕화 감독(45)은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오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주장 정선민(34, 신한은행) 역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는 말로 선전을 다짐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최선'과 '노력', 그리고 '추억'이라는 단어로 대표팀은 올림픽을 맞았고,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흐뭇함을 전해주고 있다.

단순히 2승3패라는 성적을 떠나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 승리 후 기뻐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추억으로, 국민들에게는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윤아(23, 신한은행), 김정은(21, 신세계)과 같은 신예들의 선전으로 한국여자농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고 정선민, 박정은(31, 삼성생명) 등 노장들의 투혼은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동시에 끈끈한 여자농구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자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국민들은 그들의 플레이에 충분히 감동했고 환호했다.

그들 역시 8강이라는 성적과 후회없는 경기로 보답했다.

남자농구에 비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초라한 여자농구, 그들이 한국농구를 살리는 진정한 '일개미' 들이다.

"여자농구대표팀이여! 져도 좋다.
미국과의 경기, 실컷 즐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