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영, 그가 쓰러지던 순간까지 바를 놓을 수 없던 이유는?
이배영, 그가 쓰러지던 순간까지 바를 놓을 수 없던 이유는?
  • 신아일보
  • 승인 2008.08.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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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아테네에서 환하게 웃어 보였던 이배영(29, 경북개발공사)이 4년 후 베이징에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배영은 12일 베이징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69kg급 용상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3차시기를 모두 실패해 실격되고 말았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스즈융(28)과 랴오후이(21, 이상 중국)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금메달의 가능성을 키워 나갔다는 점에서 이배영의 부상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21살의 청년' 이배영은 7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4년 뒤 아테네올림픽에서 이배영은 347.5kg을 들어올린 장궈정(34, 중국)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인상 152.5kg, 용상 190kg, 합계 342.5kg의 기록으로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내심 세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법도 했지만 이배영은 오히려 환하게 웃어 보이며 은메달을 자랑스러워 했다.

이로 인해 그는 살인 미소와 연관된 수많은 별명을 얻었다.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 바벨을 잡았던 이배영, 그는 운동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역도와 함께 했다.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전 이배영은 "금메달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굳이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지난 4년 동안 갈고 닦아온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오겠다는 당찬 다짐이었다.

국민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으로 돌아오겠다던 이배영이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이배영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부상이 찾아오면서 소박했던 그의 바람도 결국 베이징 하늘 아래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남게 됐다.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를 위해 좋은 성적을 이루겠다던 이배영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쓰러지는 그 순간에도 바를 놓치지 않았다.

이배영이 들어올리려던 바는 단순한 쇳 덩어리가 아니라 후배들의 희망이자 자신의 꿈이었기 때문에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놓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