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지구 불필요 인원 추방”
北 “금강산지구 불필요 인원 추방”
  • 양귀호기자
  • 승인 2008.08.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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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현재 36명 잔류…자체 철수키로
정부 ‘신변안전’ 자위만…대응책 불투명

북한 금강산 지구 군부대 대변인은 10일부터 금강산 관광 지구에 체류하고 있는 불필요한 남측 인원들을 추방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북 대변인은 이날 “금강산 관광 지구에 체류하고 있는 불필요한 남측 인원들에 대한 추방조치를 10일부터 실시한다"며 “1차적인 추방은 한국관광공사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인원들을 비롯해 남측 당국 관계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이 지난 3일 금강산 사건에 강경 대응하는 남측 정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금강산 관광 지구에 체류하는 불필요한 남측 인원 모두를 추방하겠다고 경고한 이후의 첫 번째 조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이날 북한의 ‘동해지구 북남관리구역 군사실무 책임자'가 특별담화에서 밝혔던 군사적 조치들을 정식 실행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남측 군부에 보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통지문에는 남측 당국자 외의 인원 추방은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이며, 지난 특별 담화에서 밝혔던 ‘금강산 지구에 들어오는 남측 인원 및 차량들의 군사분계선(MDL) 엄격 제한.통제' 조치와 ‘금강산 관광 지구 및 군사통제구역 내에서의 사소한 적대행위에도 강한 군사적 대응' 조치 등도 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언론매체들은 “(지난번 군부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우리(북한) 군대의 원칙적인 입장을 천명했지만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남조선(남한) 괴뢰들은 오히려 우리 군대의 정당한 자위적 조치를 계속 걸고들면서(트집 잡으며) 북남관계를 더 험악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체들은 또 지난 6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양국이 금강산 사건에 유감을 표하고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것에 대해 “이명박 역도는 미국 상전의 옷자락에 매달려 우리가 7월11일 사건(금강산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실현에 나서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구차스러운 추태를 부렸다"고 말했다.

매체들은 이어 “이명박 패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북한 측이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을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남측 당국자들의 전원 추방조치를 실시키로 발표한 가운데 현대아산은 북한 측 추방조치와는 별도로 자체적인 인원 철수 계획을 실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9일 북한의 추방 조치에 대해 “이번 조치는 한국관광공사와 금강산 면회소 등 남측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북한 당국으로부터 현대아산 직원들에 대한 추방조치는 통보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측 조치와는 별도로 우리는 자체적인 비상인력운영계획에 따라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11명이 금강산에서 철수, 금강산 관광지구에 남아 있는 현대아산 직원은 9일 현재 36명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다음 주 중에 추가적인 인력 철수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다.

한편 정부는 북측이 금강산 관광 지구에 체류 중인 남측 인원을 추방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이미 자진 철수하고 있었다"는 자위적인 발언만 내놓고 있다.

정부는 북측이 진상 조사에 응하지 않고 대신 납득할 수 없는 조치들을 취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지난 3일 통일부 대변인 담화 내용을 되풀이하며 “북한도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측의 일방적인 추방 조치가 합의서 위반이며 강제로 추방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자국민의 신변안전 보장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초점을 맞추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지난 3일 북측 금강산 지구 군부대 대변인 담화가 발표된 이후 매일 10명~20명씩 ‘자진 철수'하고 있다고 ‘동문서답'했다.

즉 북측의 일방적인 추방 조치에 우리 정부로서 대응할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전면 중단된 이후 금강산 사건을 계기로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북측의 조치를 막을만한 ‘사실상의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