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조차 확보 안된 강서 국립한방병원… 사실상 사업 불가능
부지조차 확보 안된 강서 국립한방병원… 사실상 사업 불가능
  • 문경림·김용만 기자
  • 승인 2017.09.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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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3월 이후 병원 설립 논의 중단… 시교육청 "특수학교 건립 추진"

▲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일부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며 국립한방병원 유치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상 한방병원 건립 사업 자체는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방병원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진초 터에 특수학교를 세울 예정이라는 입장을 서울시교육청에 통보받았으며, 이후 병원 설립 논의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복지부는 병원 건립을 추진해도 공진초 터는 시교육청 소유인 데다 도시계획법상 학교용지로 지정돼 있어 병원 건립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병상 이상 규모로 지으려면 500억원 이상 예산이 든다”며 “이를 위해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야 하는데 부지가 확보되지 않아 예산 신청부터 불가능해 모두 멈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과 장애인 학생 부모들은 지난 7월과 이달 5일 두 차례의 토론회를 열었지만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채 끝났다.

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서구 을)과 일부 반대 주민들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만큼 특수학교가 아니라 지역개발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양동은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이 태어난 곳이며, 허준박물관과 대한한의사협회도 공진초 터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방병원 건립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반면 장애인 학생 부모들은 “아이들이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 학교에 가려면 2시간이나 걸린다”며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본적으로 한방병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이미 한방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수도권에 국립한방병원을 세워야 하는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예정대로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건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역주민들과의 대화를 계속할 방침이다.

2019년 개교하려면 9월 중 설계공모 심사를 끝내고 연말까지 실시설계를 마친 뒤 내년 3월께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시교육청은 일부 주민들의 반대를 고려해 특수학교에 주민편의시설 등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문경림·김용만 기자 rgmoon@shinailbo.co.kr, po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