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쌍둥이 혼 위로해줘야"… 씻김굿에 수억원 챙긴 무속인 무죄
"낙태 쌍둥이 혼 위로해줘야"… 씻김굿에 수억원 챙긴 무속인 무죄
  • 김용만 기자
  • 승인 2017.08.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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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마음의 위안·평정이 목적…속였다고 보기 어려워"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자료사진 신아일보)

낙태한 쌍둥이를 위한 씻김굿을 해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45·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강서구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A씨는 B씨에게 “낙태한 쌍둥이의 혼을 계속 위로해주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속여 2011년 1월~2015년 12월까지 133차례 씻김굿을 해주고 총 5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쌍둥이들의 영혼에 승억이, 승옥이라고 이름을 붙이고는 이들의 영혼이 자신에게 빙의된 것처럼 ‘엄마 마음 알앙. 속상해하지망. 엄마 사랑해’ ‘꼬기 승억이 승옥이 마이마이먹었쪄요’ 등 어린아이 말투로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송했다.

검찰은 통상 씻김굿은 1∼3회 하는 게 보통인데 A씨는 많게는 한 달에 3차례씩 수년에 걸쳐 100여차례나 한 데다, 다른 무속인과는 달리 영혼이 빙의된 듯한 메시지까지 보낸 점 등 B씨를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무속 행위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혹은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요청자가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도 무속인이 요청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가 힘든 상황에서 안정을 얻으려고 무속의 힘에 의지해 보려는 생각에서, A씨가 속이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으로 무속 행위를 부탁하거나 무속 행위 제안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피해금이 5억6000여만원이라는 검찰과 굿값으로 2억원 정도만 받았다는 A씨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B씨 인출내역만으로 그 돈 전부가 굿 대금으로 지불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돈의 일부가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아일보] 김용만 기자 po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