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사드배치'… 한미관계 '적신호' 켜질 듯
잠잠한 '사드배치'… 한미관계 '적신호' 켜질 듯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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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사령관 "빨리 배치해야"… 정부여당 대응은 '미온적'
정우택 "文 정부, 미국과 줄다리기하나, 온갖 우려가 제기돼"

▲ 송영무 국방부 장관(우)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면담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사드배치를 놓고 정부여당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지속되자 일각에선 한미관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한반도 정서를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드배치가 절실하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이에 화답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사드배치를 지시했으나, 현재 사드는 설치 시점도 불명확한 상태에 놓여졌다. 자칫 대북정책을 놓고 미국으로부터 오해의 소지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사드배치를 촉구하는 미국의 주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일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당시 주한미군사령부 웹사이트 게시문을 통해 "(미국의 최근 사드 요격시험 성공 관련) 사드의 이번 중거리탄도미사일 요격시험은 이전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요격시험과 함께 성주에 배치된 사드 체계의 북한 위협 격퇴 능력에 대한 나의 신뢰를 강화해줬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11일 알래스카주에서 사드 미사일로 표적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인 MRBM 요격시험도 성공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그러면서 "아직도 사드 성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그들 중 한 명은 아니다"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곁들였다. 이 발언은 사드 추가배치를 앞둔 한국 정부에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함이라는 게 중론이다. 나아가 사드배치를 놓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제촉하는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 5월 25일 한국국방연구원 주최로 열린 안보세미나에서도 "사드 배치는 북한 미사일 문제가 지속적으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라며 "국가안보에는 타임라인이 없다. 가능한 한 빨리 배치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촉에도 한국은 사드배치 문제를 신속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사드배치는 한미간 협의가 되야 추진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드배치 시점을 말하지 않았다. 집권당인 민주당 안팎에서는 '사드배치 반대'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드배치에 우려를 표하는 소속 의원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드배치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정부여당 모습에 한미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8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문 대통령이 직접 사드배치를 지시했다. 아직도 사드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라면서 "이 정부는 사드배치를 두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아가 한미간 무슨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온갖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여당의 외교전문가 의원조차 북핵 문제가 미국의 자국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코리아패싱'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러다 한국이 한반도 논의에서 아웃사이더나 국외자의 수준을 넘어 심지어 왕따 신세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의 걱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