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은 유죄 조윤선은 무죄… 남편의 '눈물 변론' 공?
김기춘은 유죄 조윤선은 무죄… 남편의 '눈물 변론' 공?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7.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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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김기춘, 지원배제 '정점'… 조윤선, 개입 증거 없어"
박성엽 변호사, 형사 소송 '문외한' 임에도 직접 변론
▲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인사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내려졌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전혀 다른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이목이 모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먼저 김 전 실장에게 법원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의 '정점'에 있으면서 그의 '입'을 통해 지원사업 배제가 실행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를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만 책임을 물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같은 혐의를 받는 두 사람에게 다른 판결이 내려진 것에는 해당 행위가 조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재임하기 전부터 이뤄졌다는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부임한 후 신동철 당시 소통비서관이 민간단체 보조금 TF의 활동 결과를 개략적으로 보고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명단을 통해 지원을 배제하고 있는 사실까지 보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 비서관의 후임인 정관주 전 비서관도 지난 6월 법정에서 "조 전 수석에게서 명단 검토 업무에 대한 지시나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조 전 수석이 6개월간의 옥살이를 마무리할 수 있던 데는 남편 박성엽 김앤장 변호사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을 때부터 사실상 다른 일을 포기하고 조 전 장관의 변론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당초 그는 통상 전문 변호인으로, 형사 법정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형사 소송 '문외한'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재판일이면 어김없이 법정에 나와 직접 변론까지 맡았다.

특히 박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남편이자 변호인으로서의 심경을 떨리는 목소리로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는 한 적이 없다'고 외치는 것 외에 달리 없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이 사건에 전념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그간의 소회를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와 텅 빈 방을 보면서 결혼해서 데려올 때 했던 나의 다짐,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을 느꼈다"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의 변론을 옆에서 듣던 조 전 장관도 감정이 복받친 듯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이 같은 박 변호사의 '눈물 변론' 덕분인지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는 모두 무죄 판단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