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후원금 부족 호소… 야당 전락 실감
한국당, 후원금 부족 호소… 야당 전락 실감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7.07.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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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여만에 여당->야당...보수당에 대한 국민 실망 절감
한국당 초선의원이나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들 고민 多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으로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리면서 당이 정치후원금을 받지 못해 돌아선 민심을 철저히 실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9년여동안 정부와 힘을 모아 정책을 주도해 나가던 정부여당이었으나, 최근 19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으로 전락했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는 제1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 국회의 다당제라는 한계 속에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보수야당인 한국당 의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좋지 않아, 사비를 털어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이 정치후원금을 받지 못하면 지역구 사무실 비용 및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국회 보좌진과 인턴을 지역에 내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국회에 일손이 부족해져 정책 관련 현안에 뒤쳐지고 업무량이 과중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결국에는 의원들의 사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치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비서관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환급받아 정치 활동에 사용하는 '정치자금법' 위반도 다 의원들이 정치후원금을 받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앞서 9년여동안 여당을 하면서 늘 넉넉히 정치후원금을 받아 왔던 상황이라 이런 상황이 낯설고 더 어렵게 느끼고 있다.

특히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당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발판삼아 정치후원금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한국당은 그마저도 어렵다.

앞서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인터넷에 '돈 달라는 남자' 동영상을 올린 지 사흘 만에 2960여명으로부터 2억 2000만원의 후원금을 채운 후 '정치후원금 완판의원' 타이틀을 달았다.

앞서 같은 당 손혜원 의원도 지난해 "모르는 분들께 돈 달라는 얘기가 무척 어렵지만 용기를 낸다"며 공개적으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후원금을 요청, 4시간 만에 후원금 계좌를 마감했다.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 연간 한도는 1억5000만원이다. 지역구 의원 기준으로 전국 선거가 있는 해는 2배로 늘어나는데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3억원이 정치후원금 한도였다.

그러나 이런 소식은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지지율 부전을 겪는 한국당의 의원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길게 하지 못한 한국당 초선의원이나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들의 후원금 모집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편, 정치후원금 부족의 문제는 여야 의원 모두에게 걱정거리라는 지적도 있다.

인기가 있는 몇몇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정치에 대한 불신, 경제위기 등으로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예전만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정치후원금 완판에 성공한 의원은 단 68명으로 의원 5명 중 1명 꼴에 불과했다.

[신아일보] 박규리 기자 bgr8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