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외인사' 사망진단서 받아… "진상규명 해야"
백남기 유족 '외인사' 사망진단서 받아… "진상규명 해야"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06.20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단서 발급 후 기자회견… "검찰 수사 철저히하고 책임자 처벌 이뤄져야할 것"

▲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와 부인 박경숙 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발급받은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표시되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위 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故) 백남기씨 유족이 20일 서울대병원에서 백씨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백씨의 큰 딸 백도라지(35)씨는 모친과 함께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백남기투쟁본부(백남기투본)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살인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라지씨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문제들이 하나씩 풀려가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면서 “관심 가져주신 시민들과 새 정부에 감사하며 우여곡절 끝에 사망진단서를 정정해준 서울대병원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 받을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데 사과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나. 뭘 위해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과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며칠 만에 태도를 바꾼 이유도 해명해야 한다. 보성으로 오겠다고 하는데 오려거든 강신명 전 청장과 함께 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경찰의 사과가 진정성 없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전공도 아닌 백선하 교수가 등산복 차림으로 갑자기 집도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직사 살수 당일 작성된 청문감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경찰이 강제 부검을 시도하면서 왜 영장을 공개조차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경위도 조사돼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 20일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시계탑 앞에서 백남기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백남기 농민 사인 정정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정현찬 투쟁본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현찬 백남기투본 공동대표는 “백남기 농민을 보낸 지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사망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백 교수는 왜 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경찰은 백씨가 사망하자마자 사망진단서에 적힌 ‘병사’를 근거로 빨간우의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강제 부검을 시도했다”며 “경찰은 유족 측이 이를 거부함에도 5차례나 병원을 찾아 영장 집행 시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 있는 경찰 수뇌부까지 기소를 해야 한다”면서 “서울대병원은 세차례 생명의 위기가 온 것을 견디다 못한 가족이 연명치료를 거부한 일이 왜 부모를 죽인 것처럼 됐어야 했는지에 대한 경위 조사를 해야 하며 부검영장의 시발점이 된 사망진단서 작성 경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도라지씨와 박 여사는 사망진단서 발급에 앞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서창석 병원장도 참석해 유족들에게 사과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