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장수 사령탑' 슈틸리케, 도하 참사에 결국 경질
'韓 최장수 사령탑' 슈틸리케, 도하 참사에 결국 경질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7.06.15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구협회, 경질 결정… 월드컵 예선 부진이 주요 원인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와 원정경기에서 패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하 참사'의 여파로 결국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최장수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물러나게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성적과 경기력 부진의 책임을 물어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지자 결국 대한축구협회가 칼자루를 휘두른 것이다.

지난 2014년 9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과 그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의 업적을 이루면서 '신'(god)과 슈틸리케를 합성한 '갓틸리케'라는 칭송을 얻으며 축구팬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유럽 원정으로 치른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6 참패를 당하면서 여론은 빠르게 악화됐고,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줄곧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끝내 지휘봉을 놓게 됐다.

2014년 9월 24일 취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2년 9개월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며 역대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의 경기 결과도 총 27승5무7패(63득점·25실점)로 비교적 나쁘지 않다.

따라서 그의 경질에는 기록이 문제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극심한 부진이다.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이미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승점 20)에 이어 조 2위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차로 바짝 쫓기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홈경기에서 힘겹게 4승을 챙겼지만, 원정에서 1무3패로 맥없이 무너졌다.

여기에 최종예선 기간 내내 단순한 전술과 허술한 조직력을 보완하지 못해 거센 경질 여론에 휩싸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의 선수 선발 원칙을 뒤집고 소속팀에서 제대로 기회를 못 잡는 유럽파 선수들을 중용했고,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대표팀에 승선시키며 선발원칙을 흔들었다.

아울러 슈틸리케 감독만의 '축구 색깔'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듯 한 단순한 전술은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기술위는 지난 3월 중국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하고 돌아온 뒤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했으나 '대안 부재'를 이유로 유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지난 14일 33년 만에 약체인 카타르와의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경질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결국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꿈을 이룬 감독으로 기억될 뻔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 전에서의 뼈아픈 패배로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낙마하고 말았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