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문제 놓고 국민연금 결정만 기다린 기관들
대우조선 문제 놓고 국민연금 결정만 기다린 기관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4.18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임 피하려고 ‘눈치보기’에만 급급

국민연금공단이 17일 밤 12시 30분에 채무재조정 찬성 입장을 내놓자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일제히 채무재조정에 찬성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나타난 기관투자자들의 모습을 보고 여전히 기관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와 투자 책임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좋은 투자 손실 최소화 전략을 내놓지 못했고, 결정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결정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17일 오전 10시에 열린 사채권자 집회 1회 차의 채무 재조정 찬성률은 99.99%였다.

기관투자자들은 대개 의결권 행사 이전에 투자위원회(국민연금), 투자심의회(우정사업본부) 등 내부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이번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 때는 30곳에 가까운 기관투자자들이 허둥지둥 투자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찬성 입장을 따라갔다.

대우조선은 기관투자자들에게 회사채 1조3500억원 가운데 50%는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받는 것)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 회사채 투자 원금을 10%밖에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기관투자자들을 압박했다.

고객의 자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 자산을 잘 지킬 수 있는지 열심히 연구를 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보다 먼저 회의를 열어 자체 의사 결정을 한 곳은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증권금융 두 곳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이 앞장서서 협상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1000억원(대우조선의 청산 시 투자자금 회수율인 6.6%)을 담보로 잡았다. 국민연금은 노력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힘 안들이고 이익을 챙긴 셈이다.

훗날 이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나와도 국민연금을 따라갔다고 이야기하면서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을 따라가는 기관들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연금만큼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들은 국민연금을 따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기관투자자가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다했는지를 고객이 물을 수 있게 집단소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