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운명 결정할 국민연금 "이틀내 최종입장 정리"
대우조선 운명 결정할 국민연금 "이틀내 최종입장 정리"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4.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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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재조정안 반대시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 직행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결정할 국민연금공단이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이틀내 정리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안건으로 하는 투자위원회를 오늘이나 내일 중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는 산업은행이나 대우조선에 요구할 사항도 없어 보인다"며 "이번 투자위에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전날 전주를 방문한 정용석 산은 부행장에게 채무 재조정을 3개월 정도 미루고 대우조선 실사를 다시 할 것 요구했으나 산은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에 앞서 요구했던 △산은의 추가 감자 △출자전환 가격조정 △4월 만기 회사채 우선상환 △만기유예 회사채 상환보증 등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투자위원회에는 운용전략실장, 주식운용실장, 채권운용실장, 대체투자실장, 해외증권실장, 해외대체실장, 리스크관리센터장, 운용지원실장과 본부장이 지명하는 팀장 2∼3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오는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 사채권자집회에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기권할지 등 국민연금의 입장을 결정하게 된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31일 투자관리위원회와 지난 5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그동안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수용 여부를 검토해 왔다.

지난 10일에는 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이 주관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 그간의 검토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의 30%에 육박하는 3887억원어치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 중 국민연금은 2000억원(45.45%)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으로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반대 또는 기권 결정을 하게 되면 채무 재조정 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은 일종의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으로 직행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채무 재조정안을 거부하고,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서 회생에 성공해 나중에라도 보유 채권 전부를 회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로썬 실현 불가능한 '꿈'에 가깝다.

당장 P플랜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자의 공평한 손실 분담 원칙에 따라 청산가치를 초과하는 무담보 채권은 전액 출자전환된다.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안보다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산은이 주장한 이유다.

대우조선의 재무 실사를 진행한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P플랜 상황에서 무담보 채권인 회사채·기업어음(CP)의 회수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P플랜으로 갔을 때 발주 취소 규모가 늘어나고 신규 수주도 제대로 안 돼 최악의 경우 대우조선이 청산하게 되면 이마저도 건질 수 없을 수 있다.

결국, 차선의 선택지는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고 50%라도 건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인데 국민연금으로서는 이 결정도 쉽지 않은 처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했을 때 평가손실을 2682억원으로 계산했다.

만기를 유예한 보유 채권의 50%를 전액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분식회계로 망가진 대기업을 살리는 데 국민의 노후자금을 동원했다는 비판과 업무상 배임 혐의를 뒤집어쓸 위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연금이 그동안 산은 측에 여러 가지 요구를 하며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쉽게 정하지 못한 이유다.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 찬반과 관계없이 분식회계로 입은 회사채 투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관련 소송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