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 정체에도 연체잔액↑
2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 정체에도 연체잔액↑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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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올랐을 땐 이미 늦어…미리 관리해야"
▲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앞. (사진=연합뉴스)

최근 급증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연체율의 정체에도 연체잔액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7%를 기록, 전년 말(0.58%) 대비 0.11%포인트 감소했다.

또 원화 대출의 연체채권 잔액도 7조8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1조원 가량 줄었다.

특히 가계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0.33%에서 0.26%로 0.07%포인트 떨어지면서 연체액도 1조8600억원에서 1조5800억원으로 14.8%(280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사정이 다르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소폭 오르거나 1% 포인트 넘게 떨어졌지만, 연체액 자체는 둘 다 크게 늘었다.

카드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 대출의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2.26%로 전년 말(2.24%) 대비 0.0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카드 대출 잔액은 31조7000억원에서 34조4000억원으로 8.5%(2조7000억원) 늘어나면서 연체액은 7100억원에서 8900억원으로 26.05%(18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은 연체율이 떨어졌지만, 연체액은 늘어났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5.7%로 전년 말(6.4%) 대비 1.1%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가계대출 연체액은 1040억원으로 전년 말(930억원) 대비 11.9%(110억원) 늘었다.

연체율이 떨어졌지만, 전체 가계대출액이 13조6936억원에서 18조2849억원으로 33.5%나 증가하면서 연체액 자체는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낮다는 이유로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좋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경고한다.

특히 요즘처럼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경우에 더 조심해야 한다.

연체율은 연체액을 연체잔액으로 나눈 값인데, 최근 연체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연체액이 늘어도 대출잔액이라는 모수가 더 빨리 늘어나면 연체율이 떨어져 건전성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연체율은 선행지표가 아닌 전형적인 동행지표라는 점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대출이 나가면 처음에는 이자를 잘 내 연체율이 떨어지지만, 경기가 어려워지거나 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에 부담이 생기면서 연체율도 함께 오르는 것이다.

실제 2003년 카드 사태 때를 보면 2002년 말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6.6%였지만 카드 사태를 겪으면서 2003년 말에는 14.3%로 배 이상 올랐다.

위기가 터져야 그제야 연체율이 올라가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연체율은 위기 발생과 동시에 급격히 상승해 양호한 연체율만 보고 건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연체율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연체액 총액과 대출자의 신용등급, 대출 종류, 경제 상황 등을 함께 보면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2금융권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 들어선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연 20%의 고금리 대출이나 다중채무자의 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최대 50% 더 쌓도록 감독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상반기까지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빠른 금융회사와 조합, 금고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기로 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