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화 실질가치 상승률 27개국 가운데 ‘1등’
올해 원화 실질가치 상승률 27개국 가운데 ‘1등’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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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후 통화 실질가치 한·중 ‘상승’ 독·일 ‘하락’

▲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한국인은 당신(트럼프)를 사랑합니다’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 같은 대미 무역흑자국을 주시하면서 환율조작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한국 원화의 실질가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한국 원화의 실질가치 상승률은 주요 27개국 가운데 1위였다.

경제계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의 공세 때문에 우리 외환당국의 움직임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원화의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27개국 대비 실질실효환율지수(2010년 100 기준)는 122.34였다. 지난해 말(118.53)에 비해 3.2% 상승해 절상률 1위였다. 지난달 말 기준 지수는 2015년 5월(123.88)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다.

올해 들어 27개국 가운데 14개국은 실질통화가치가 절상됐고 13개국은 절하됐다. 한국 다음으로 호주 통화의 실질가치가 2.6% 올라 2위였으며 스웨덴(2.3%), 멕시코(2.2%), 캐나다(2.0%) 등이 다음이었다.

실질실효환율지수가 오르면 해당국 통화의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실질가치는 절상됐다는 뜻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변동까지 포함된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돈의 실질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각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확인해 수출여건을 대략 알 수 있는 지렛대다. 100보다 높을 경우 기준연도에 비해 화폐 가치가 고평가됐고,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비교 대상을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을 전부 포함해 전 세계 61개국 기준으로 넓히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114.02다. 지난해 말(110.63)에 비해 3.0% 올라 절상률이 7위 수준이다.

이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118.75)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들어 61개국 중 30개국은 실질통화가치가 절상됐다. 1개국은 그대로였고, 30개국은 떨어졌다. 한국에 비해 절상률이 높았던 국가는 베네수엘라(8.1%), 브라질(6.1%), 남아프리카공화국(5.3%), 러시아(5.2%), 콜롬비아(4.0%), 폴란드(3.2%) 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무역흑자가 많아 대표적인 환율조작국으로 꼽은 중국이나 독일은 올해 들어 실질통화가치가 각각 0.6%와 0.8% 절하됐다. 반면 같이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된 일본은 올해 들어 실질통화가치가 1.0% 올랐다.

비교기간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로 확대해도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해 10월 말에서 지난달 말까지 1.9% 절상됐다.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의 실질가치도 1.0% 올라갔다. 반면, 독일은 0.9%, 일본은 7.8%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실질통화가치가 제일 크게 떨어진 국가는 터키(-10.1%), 일본(-7.8%), 멕시코(-3.3%), 유로존(-2.7%), 그리스(-2.5%), 아일랜드(-2.5%), 말레이시아(-2.4%) 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캠페인 때부터 중국이 수출할 때 미국에 비해 유리하게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형태로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직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표적은 대미무역흑자가 많은 국가들이다. 국가별로 보면 지난해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무역상대국은 3470억 달러를 차지한 중국이다. 전체의 46.2%다.

다음은 일본(689억 달러), 독일(649억 달러), 멕시코(632억 달러), 아일랜드(359억 달러), 베트남(320억 달러), 이탈리아(285억 달러), 한국(277억달러), 말레이시아(248억 달러), 인도(243억 달러) 순이었다.

이들 국가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다. 기존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요건 3가지 가운데 1가지를 맞춘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서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며,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서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맞추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정한다.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경제계에서는 이것을 환율조작국 지정의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다음 달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사전 차단하는 데 힘을 집중했다.

한편 한국 원화의 올해 들어 실질가치 절상률은 G20 국가 중에서도 4위였다. 올해 들어 통화의 실질가치 절상률이 한국보다 높았던 국가는 브라질(6.1%), 남아공(5.3%), 러시아(5.2%)뿐이었다. 통화의 실질가치 절하율이 상위권인 국가는 터키(-2.9%), 몰타(-2.0%), 사우디아라비아(-2.0%), 미국(-1.7%), 영국(-1.6%) 등이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