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고에 멈춰선 자금… ‘돈맥경화’ 걸린 한국경제
은행 금고에 멈춰선 자금… ‘돈맥경화’ 걸린 한국경제
  • 문정원 기자
  • 승인 2017.01.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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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소상공인 한숨 속 대기업 나홀로 성장
사내유보금·영업익 증가에도 투자 꺼려
▲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수년째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국 불안과 중국 경제보복, 미국의 트러프노믹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의 확대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꽉 막힌 돈 맥의 숨통을 틀 수 있는 것은 결국 멈춰선 자금을 꽉 쥐고 있는 대기업들의 투자뿐이라는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가 보유한 사대 유보금은 550조원에 달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 개별 반기 보고서상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6월 말 기준 550조원으로 전년 말(546조4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0.6%)이 늘어났다.

사내유보금은 자금 자체의 성격만을 놓고 볼 때 현금성 자산은 16%에 불과하고, 그 외 기업의 각종 설비와 부동산, 지적재산권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기업들의 의지에 따라서 충분히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자금이기도 하다.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벌 닷컴이 자산 상위 10대그룹의 2011~2015년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SKㆍLGㆍ한화ㆍ한진그룹은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한해 매출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9조2200억원이었다. 분기 영업이익으로서는 삼성전자가 세웠던 역대 3번째 수준으로 많은 규모다.

주요 기업들의 선도적인 투자가 일어나지 않다 보니 중견 기업들과 가계 자금 모두 은행에 멈춰있다.

3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에만 41조원 이상 증가해 총 규모 300조원을 돌파했다.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 조건 없이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늘어났다는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구불예금 회전률도 떨어지고 있다. 예금회전율은 시중에서 돈이 얼마나 활발하게 돌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지난 2015년 24.3회로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이는 기업과 가계 모두 아예 은행에서 돈을 꺼내지를 않는다는 뜻으로 소비의 감소가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막대한 자금을 쌓아놓은 기업들이 수년째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의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문정원 기자 garden_b@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