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행복 외치는 서울시, 아이들 안전은 '뒷전'
청년 주거행복 외치는 서울시, 아이들 안전은 '뒷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1.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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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2가 청년주택' 공사현장 안전시설 전무
인근 학교 어린이·청소년들 '무방비 위험 노출'

▲ 지난 29일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청년주택 부지 철거현장이 안전시설이 전무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사진=천동환 기자)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2030청년주택' 부지 철거현장의 위험이 주변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학교에선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한 관리상태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정작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서울시는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일대 8671㎡ 부지에 제1호 역세권 2030청년주택(이하 한강로2가 청년주택)이 오는 2018년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지하철 승강장과 250m 거리의 초역세권 지역에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민간임대주택으로,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1086세대(민간임대 763세대·공공임대 323세대)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사업시행사는 대한토지신탁이며 시공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착공에 앞서 기존 주택들에 대한 철거가 진행 중이다.

▲ 지난 29일 한강로2가 청년주택 부지 철거현장을 가로지르는 골목길을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사진=천동환 기자)
그런데 이 곳 한강로2가 청년주택 철거현장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초등학교와 바로 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또는 일반인들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시설 및 안내문구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9일 오후에 찾은 한강로2가 철거현장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오픈돼 있었다. 현장 주변도로는 물론 무너진 건물 잔재가 쌓여있는 곳에도 어떠한 통제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아직 철거가 되지 않은 2~3동의 건물은 학생들의 탈선이나 범죄 장소로 악용될 우려가 다분해 보였다.

현장을 가로지르는 약 150m 길이의 좁은 골목길로는 간혹 차량이나 오토바이들이 지나고 있었으며, 보행자가 마주오는 차와 마주칠 경우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치 않았다.

이날 오후 해질무렵 길찾기 앱을 보며 현장 골목길로 들어선 3명의 청소년들은 약 3분의 1정도를 걷다가 "왠지 여기로 가면 안될 것 같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현장과 바로 붙어있는 용산초등학교와 서울맹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초 관계자는 "교육청(중부교육지원청)에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장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청년주택 건립 관련)교육환경보호계획서를 전달받아 검토 후 보완 내용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지난주에 현장을 확인해 보니 철거만 돼 있지 대책이 없어서 위험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 지난 29일 한강로2가 청년주택 부지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맹학교 정문에 '학교 앞 진출입로 사용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천동환 기자)
한편, 서울시는 이 같은 상황을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우려가 제기된 만큼 현장을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착공이 되면 팬스나 방진막이 쳐지는데 아직 사업진행이 안된 상태라서 그렇게 관리가 된 것 같다"며 "특별히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진 않지만 현장에 얘기를 해서 통제를 한다든지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