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천경자 ‘미인도’ 진품… 원소장자는 김재규”
檢 “천경자 ‘미인도’ 진품… 원소장자는 김재규”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12.19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년 위작 논란 종지부… “제작기법 천 화백 양식과 일치”
▲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발표에서 노승권 제1차장검사가 진품으로 밝혀진 '미인도'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25년간 위작 논란이 이어졌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에 대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62)씨가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고소·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19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안목감정은 물론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한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구현됐다고 봤다.

수없이 수정과 덧칠을 반복해 작품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천 화백의 독특한 채색기법도 주요 근거다.

덧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나타나는데 이는 천 화백의 ‘청춘의 문’(68년작)에서도 동일하게 표현된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위작의 경우 원작을 보고 그대로 베끼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한 스케치 위에 단시간 내에 채색작업을 진행하므로 다른 밑그림이 발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안목감정에서도 진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씨와 피고소인 측,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된 9명의 감정위원 대부분은 석채 사용과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한 흔적 등을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인도의 유통 경로의 출발점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를 비롯한 그림 2점을 선물했고 이 간부의 처가 대학 동문인 김재규 부장의 처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

이어 김 부장은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미인도를 헌납했으며 다시 재무부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