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역사상 최대 시위지만 평화·축제의 장"
"韓 역사상 최대 시위지만 평화·축제의 장"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1.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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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대대적 보도… "南 위기 北엔 선물" 분석도
▲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박영훈 기자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5차 주말 촛불집회도 마찰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 되자 외신들은 '경이적'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한국 전역을 밝힌 200만 촛불집회 소식을 전하는 외신에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한국 역사상 최대'라는 표현이 빠짐 없이 등장했다.

특히 유례없는 대규모 집회가 평화적이고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면서, 한국 사회의 시위 문화에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청와대로 북을 치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며 "한국 집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집회"라고 보도했다.

CNN은 "추위와 눈이 내리는 가운데 시위대들이 서울의 거리에 줄지어 늘어섰다"며 "이들은 청와대 바로 근처에서 우산과 손팻말, 촛불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위 주최측은 2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했는데 전체 인구 5000만을 고려하면 대단한 숫자"라며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모였지만 반대 시위대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했다"고 적었다.

BBC방송은 "농부와 승려, 대학생 등 한국의 다양한 계층이 집회에 참여했다"며 "이른바 '트랙터 행진'이 무산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차가운 기온과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박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기 위해 모였다"며 "많은 인원이 참여했지만 집회는 축제에 가까운 모습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청와대 코 앞에서 최대 규모의 퇴진 요구 집회'라는 제목으로 집회 상황을 전했다. 신문은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이 허용됐다. 경찰과 대치 상황을 보였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며 평화적 집회 모습을 소개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인간띠'를 형성한 세 갈래의 시위대가 청와대를 둘러쌌다"며 "한국 국민이 평화롭고 축제 형태로 집회의 새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수많은 촛불을 일제히 껐다가 다시 켜는 행사도 있었다고 행사의 면면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5차 범국민행동' 대규모 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밝은 촛불 뒤로 불꺼진 청와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박정식 기자
일부 언론들은 특히 탄핵 전망과 검찰 수사 방향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통령 스캔들로 한국이 얼어붙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치 드라마가 한국 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소동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약해진 권력 때문에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기 외교정책 대응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촛불을 든 집회 참가자들의 사진과 함께 "집회의 기세가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면 사상 최초의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인민망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에서 4%로 다시 떨어지고 집권당인 새누리당 지지율도 12%로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지적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세계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생길 변화에 준비하는 와중에 한국 청와대는 마비됐다"며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에서 한국의 역할이 약해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6일자 기사에서 남한의 위기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겐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텔레그래프는 탈북자들을 인용해 "남한의 현재 위기가 은둔 독재자인 김정은에게 체제 선전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