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붉은 별’ 역사속으로… 피델 카스트로 타계
‘쿠바의 붉은 별’ 역사속으로… 피델 카스트로 타계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1.27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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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90세… 내달 4일 산티아고 데 쿠바 안장
러시아·중국·북한 등 ‘애도’… 미국에선 ‘혹평’

▲ 2006년의 카스트로.(사진=EPA/연합뉴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밤 향년 90세로 타계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쿠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은 자신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가 25일 밤 10시 29분 사망했다고 26일 0시가 넘어 국영 TV를 통해 발표했다.

피델의 유골은 그의 유언에 따라 화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쿠바 정부를 인용해 앞으로 9일간 애도 기간을 거쳐 다음 달 4일 장례식을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28일 오전부터 29일 정오까지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기념관에서 있을 추념식을 시작으로 장례 일정이 이어진다. 또 아바나 혁명광장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있을 예정이다.

그의 유해는 30일부터 전국을 순회해 장례식이 열릴 장소인 쿠바 동부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로 옮겨진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그의 고향 비란에서 가까운 곳이며, 피델 카스트로가 과거 산티아고 데 쿠바 시청의 발코니에서 쿠바 혁명의 승리를 선언하기도 해 ‘혁명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유해 전국 순회가 끝나는 내달 3일 산티아고 데 쿠바의 안토니오 마세오 광장에서 다시 추념식이 열린 뒤 이튿날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묻히는 것으로 장례 일정이 끝난다.

피델은 지난 4월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공산당 제7차 전당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나는 곧 아흔 살이 된다. 곧 다른 사람들과 같아질 것이며, 시간은 모두에게 찾아온다”며 사실상의 고별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1959년 1월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친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쿠바 공산 혁명에 성공한 뒤 반세기 동안 쿠바를 이끌면서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던 냉전체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1926년 스페인 출신 이주민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1953년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타도하려고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다가 실패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955년 특사로 석방된 그는 멕시코로 건너간 뒤 쿠바 정권을 공격할 조직을 건설하고 1959년 1월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는 반세기 가까이 총리, 공산당 제1서기, 국가평의회 의장을 맡으며 쿠바를 이끌다가 건강 문제로 2006년 친동생 라울에게 정권을 넘겼다. 2008년엔 공식 직위에서 완전히 물러나면서 49년간의 권좌에서 내려왔다.

쿠바 혁명 이후 피델은 외국의 좌파 혁명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국과는 수많은 갈등을 빚었다.

이에 미국으로부터 수많은 암살 위협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올림픽에 암살에서 살아남기 종목이 있다면 내가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델의 쿠바는 1961년 4월 미국의 피그만 침공을 격퇴해 군사적 승리를 얻어내기도 했다.

1962년 10월엔 구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에 따른 미국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핵전쟁 위기까지 갔던 사태는 결국 구소련이 미사일 기지를 철거하고 미국이 쿠바 해상의 봉쇄를 해제하면서 극적으로 타협을 이뤘다.

피델은 미국의 경제 봉쇄 조처와 1991년 구소련의 몰락으로 위기에 처하자 외국인 관광 개방 등 잠정적인 경제 개혁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쿠바가 냉전 시대의 오랜 단절을 끝내고 국교를 회복하는 역사의 전환기도 생전에 지켜봤다.

미국과 쿠바는 2014년 12월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3월에는 쿠바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간의 미-쿠바 정상회담이 88년 만에 이뤄지기도 했다.

한편 쿠바의 우방이었던 러시아는 카스트로의 타계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카스트로 동생인 라울 의장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한 뒤 “이 위대한 국가 지도자의 이름은 진실로 현대 세계사에서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고 평가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카스트로는 20세기에 식민지 체제를 파괴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칭송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조전을 보내 중국의 당과 정부, 인민을 대표해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북한 김정은도 이날 조전을 보내 “사회주의와 정의를 위한 반제 자주 위업 수행에 특출한 공헌을 한 저명한 정치활동가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쿠바에 우호적인 국가와는 달리 카스트로가 생전 대립각을 세웠던 미국에선 혹평이 주를 이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카스트로를 “야만적인 독재자”라며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가난, 그리고 기본권의 부정이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인사들도 쿠바 독재자로서의 카스트로 행적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는 한 인물이 그의 주변 사람들과 전 세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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