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원 들여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 세우고 기념사업 추진
1800억원 들여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 세우고 기념사업 추진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6.11.03 15:4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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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북한인가" 여론 싸늘… 기념사업추진위 논란속 출범

▲ 경북 구미시에 건립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연합뉴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우겠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지 100년을 맞아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하는데 예산만 모두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은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추진위 출범식을 열고, 범국민 모금운동을 벌여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 내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범식에는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정홍원 전 국무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의 전직 고위관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도 한 자리씩 차지했다. 김관용 경북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이낙연 전남지사가 좌승희 재단 이사장과 함께 부위원장을 맡았다.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박관용·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고문으로 위촉됐다.

정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오늘의 국내외 여건과 정치적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어둡다"며 "이런 때일수록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혜안과 열정, 그리고 청빈의 정신이 돋보이고 절실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님을 기리는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현실은 이제 극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기념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을 합친 정도의 위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위원회측은 서울 광화문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며 모금 활동을 벌이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 고향엔 동상이 있지만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에도 세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 동상을 세우려면 부지 사용과 조형물에 대해 서울시 심의위를 거쳐야 해 실제 추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동상 건립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단이 모금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점도 논란거리다.

추진위의 사업 외에도 경북 구미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5·16 쿠데타를 모의한 서울 중구 신당동가옥 주변에 기념공원 건립이 추진되는 등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기념사업의 예산 소요액은 18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등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진정한 존경은 동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한 효도는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 근본"이라며 박 대통령을 꾸짖었다.

장 대변인은 "박정희 우상화는 김일성 우상화 흉내내기요, 이것이야말로 종북"이라며 "이런 축제를 한 대통령이 또 있는가. 그것도 모자라 희대의 사이비교주 최태민 일가에게도 수천억원의 재산을 만들어 준 인물에게 청빈의 정신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성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공동대표 인명진 목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 정신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은) 함부로 세울 것이 아니다"라며 "이 분들이 다 그래도 이름 있으신 분들인데, 신문도 안 보시는지"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이 와중에 박정희 동상 운운하는가. 국민적 분노를 어디까지 증폭시키려 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급의 위인인가' '지금이 1970년대인 줄 아는가. 이래서야 북한 우상화를 비난할 수 있겠나' 등의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도 박정희 전 대통령 광화문 동상 건립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은 내부 논의와 시민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두 분 다 우리 역사를 대표하고,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위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광화문 광장에 세우려면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