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삼성 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반대 권고
서스틴베스트, 삼성 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반대 권고
  • 이선진 기자
  • 승인 2016.10.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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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 등이 찬성을 표한 것과는 반대다.

서스틴베스트는 24일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이기 때문에 사내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는 더 나은 거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며 “해당 행위에 책임이 있거나 그로 인해 혜택을 입었다고 판단되는 지배주주 일가는 주주가치 훼손 이력 및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삼성SDS 매출은 2000년 1조2000억원 수준에서 계열사 거래를 기반으로 급성장해 작년에는 7조9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에버랜드에 대해서도 삼성물산과의 합병 전 계열사 상대 매출이 45%를 초과했고, 삼성전자가 주요 매출처인 점을 들어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를 봤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경우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선임 반대 이유로 거론됐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해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공정 합병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며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안 분석 보고서를 지난 21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이미 찬성 의사를 밝혔으며, 해외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의 다른 의결권 자문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이미 찬성을 권고하는 의견을 낸 상태기 때문에 주총에서 찬반 투표가 격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상법상 경영의 책임이 등기이사에게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책임 경영 관점에서 긍정적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업이사회는 전문성과 경영능력 외에 윤리 기준 충족이라는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인사의 이사 선임에는 꾸준히 반대 의견을 권고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관된 기준으로 반대 권고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스틴베스트는 2006년 9월 설립된 국내 1세대 지속가능투자 관련 컨설팅업체다.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수행한다.

민간업체 가운데 최초로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를 돕는 의안 분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신아일보] 이선진 기자 s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