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논란, 엇갈리는 증언에 ‘진실게임’ 양상
송민순 회고록 논란, 엇갈리는 증언에 ‘진실게임’ 양상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10.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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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앞두고 北에 의견 물어” vs “사전의견 구한 적 없어”
宋 “진실은 어디 가지 않는다” vs 文 측 “회고록 말 안돼”
▲ 2007년 4월 청와대에서 대화하는 송 전 장관(오른쪽부터)과 문재인 비서실장, 백 안보실장.(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하고 기권했다는 내용이 담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시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은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대부분 부인하고 나서면서 이 논란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참여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찬반 또는 기권 여부를 놓고 북한과 사전에 상의했는지 여부다.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자신과 기권을 지지하는 다른 참석자들 사이에 논쟁이 진행됐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 입장을 확인해보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송 전 장관은 밝혔다.

하지만 당시 외교·안보인사들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전 장관은 “2007년 대북인권결의안과 관련한 3차례 회의에서 ‘북한에 의견을 들어보자’는 발언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하자고 했다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전면 부인했다.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도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연설기획비서관 출신으로 문 전 대표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15일 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기권하기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 당시 남북정상회담 직후 다양한 대화가 이뤄지던 시점에 기권 입장을 북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의 반박에도 송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진실은 어디 가지 않는다. 기록에 의해 책을 정리했고 제 입장은 책에 다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사전상의 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는 당시 청와대가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내린 시기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11월 20일 북한의 입장을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의 11월 21일 브리핑에도 “어제(20일) 저녁 늦게 대통령께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유엔 대북결의안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과 기권방안에 대한 우선적인 검토 의견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으며 정부 방침이 결정됐다”고 기록돼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 참여정부 인사들은 유엔 인권결의안 기권 입장이 16일 노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이미 결정돼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수 의원은 “16일에 결정이 됐지만 외교부 장관이 편지도 올리면서 계속 주장을 하니 입장을 발표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20일 저녁에 북한 반응 등을 종합해 다시 보고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인권결의안 기권 입장을 18일 안보관계장관회의 후 대북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정 전 장관도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의견을 내면서 논의가 시작됐다”며 “이날 이미 기권이 다수의견으로 결론이 내려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는 “16일 회의서 기권을 결정했지만 송 장관의 지속적인 결의안 찬성 주장으로 21일에 최종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의 찬반 입장은 다른 인사와 본인의 기억이 엇갈리고 있다.

주위 인물들은 문재인 전 대표가 애초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폈다가 다수 의원이 기권으로 흐르자 기권 입장을 수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문 전 대표는 자신이 당초에는 결의안에 대해 찬성 입장이었다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증언에 대해 “그 사실조차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