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트럼프… 첫 TV토론 이후 지지율 하락세
‘위기에 빠진’ 트럼프… 첫 TV토론 이후 지지율 하락세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0.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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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의혹에 트럼프재단 모금활동 중단명령까지 내려져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첫 TV토론을 펼쳤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위기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터 후보와 첫 TV토론 이후 지지율 하락을 시작으로 세금 의혹에 이어 트럼프재단의 모금활동 중단명령까지 내려졌기 때문이다.

악재가 겹치며 트럼프에게 얼마 안 남은 대선으로 향하는 길이 가시밭길로 변했다.

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의 최신 여론조사(9월30일∼10월2일·1991명)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와 클린턴의 지지율은 각각 36%. 42%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클린턴에 비해 6%포인트나 뒤쳐진 셈이다.

자유당의 게리 존슨 후보와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는 각각 9%, 2%의 지지를 얻었다.

이 기관이 TV토론 직전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에 비해 1%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TV토론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 클린턴이 3%포인트 앞서더니 이번에는 그 격차를 배로 벌렸다.

또 이날 공개된 CNN방송과 ORC의 여론조사(9월28일∼10월2일·1213명)에서도 트럼프는 42%의 지지를 얻은 반면 클린턴은 47%를 얻으며 5%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이 여론조사는 9월28일부터 10월2일까지 12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매체가 TV토론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5%로 클린턴을 3%포인트 차로 앞선 바 있다.

우파 성향의 ‘레드 오크 스트래티직’의 여론조사(9월29일∼30일·873명)에서도 클린턴은 36%의 지지율을 기록해 31%를 얻은 트럼프를 5%포인트 앞섰다. 이 기관의 지난달 중순 여론조사때는 35%대 33%로 트럼프가 클린턴을 리드했다.

이처럼 TV토론 이후 진행된 3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하락을 기록하며 클린턴에게 역전을 내줬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TV토론 ‘판정패’와 함께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알리시아 마샤도에서 여성 비하성 막말을 퍼부은 것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4%가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고, 이중 여성 유권자의 55%는 그 발언이 트럼프에 대해 덜 우호적인 시각을 갖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43%는 그런 논쟁 자체가 트럼프 지지 가능성을 낮게 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는 과거 마샤도를 돼지, 가정부로 부른 바 있으며, 이 문제로 첫 TV토론 당시 클린턴에게 공격을 받아 발끈한 바 있다.

트럼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장기간 연방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함께 트럼프재단이 등록 절차 없이 위법하게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익명의 독자로부터 제보 받은 트럼프의 1995년 세금 기록을 근거로 트럼프가 그 해에 9억1600만 달러(약 1조111억 원)의 손실을 신고했으며 이에 따른 세금공제로 상당 기간 합법적으로 납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금 전문가들은 부유층에 유리한 현행 세법 규정으로 볼 때 9억1600만 달러의 손실은 18년에 걸쳐 그만큼의 과세 가능한 수입을 상쇄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보도했고, 클린턴 캠프 역시 ‘형편없는 기업인’, ‘의도적인 세금회피’라며 공격을 퍼부었다.

트럼프재단이 자선단체로서의 적절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활동해 온 것이 드러나자 뉴욕 주 검찰은 지난달 30일 위법통지서를 보내 활동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는 트럼프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인신공격’을 한 것도 지지율 회복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지난 1일 펜실베이니아 주(州) 맨헤임 유세에서 클린턴 남편 빌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을 거론하며 “빌은 (성추문에 더해) 거짓말로 탄핵위기까지 맞았다. 빌은 변호사인데 그 사건으로 이제는 변호사 일도 더는 할 수 없다”면서 “모든 사람이 이런 사실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클린턴은 오로지 그의 재정적 후원자들에게만 충실하다”면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말인데 그녀는 심지어 빌에게도 충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녀가 왜 빌에게 충실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트럼프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트럼프재단의 모금활동 중단명령이 내려지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클린턴간의 승패를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로 TV토론을 지목했다. 앞으로 TV토론 2차례 더 남아 있다는 것을 지목했다.

2차는 10월9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 3차는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대학에서 각각 열린다.

특히 트럼프는 2차 토론에서 클린턴의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과 ‘건강 문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전력’ 등 온갖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2차 토론 후 여론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