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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름 보면 정치사·M&A가 보인다
은행이름 보면 정치사·M&A가 보인다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6.10.04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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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신한, 신한국창조…역사적 전통성
‘대중’ 국민, 금모으기 운동… 수평적 인수합병
‘통합’ 하나, ‘내치’와 ‘외치’의 완성
‘개혁’ 우리, 개혁을 통한 민영화 성공 눈 앞

▲ (사진=연합뉴스)
고객에게 신뢰감과 가까움을 주는 게 시중은행들의 ‘이름’이다. 은행들의 이름에는 많은 역사와 상징성이 담겨져 있다. 은행 ‘이름’을 보면 격동의 현대정치사가 엿볼 수 있고 또 인수·합병 과정을 되짚어 봐도 은행의 ‘이름’과 연관성이 있다.

우선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은 이름에 원대한 포부가 담겨져 있다. ‘새로운(신) 한국(한) 창조’다. 이 한자와 같은 이름이 정치계에 존재했다. 1985년 1월 정통야당을 표방하며 세워진 ‘신한’민주당이다. 당시 정치규제에 묶여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 아래 재야세력이 한데 뭉쳐 창당 한달만에 치른 2·12총선에서 84석을 확보, 제1야당이 됐다. 신한민주당은 전두환 정권에 맞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한 직후 집권당의 당명을 개정한 ‘신한국당’도 신한은행의 이름과 뜻이 같다. 현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새세상’을 뜻해 신한은행의 의미와 유사하다.

민주화 쟁취, 신한국창조라는 역사에 신한은행은 전통성도 덧칠했다. 1998년 동화은행을 인수를 시작으로 2006년 역사상 제일 오래된 조흥은행과 합병에 성공한 신한은행은 설립년도를 1897년으로 끌어올렸다. 역사적 무게와 전통성이 강한 신한은행이 이미지가 완성된 셈이다.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으로 1963년 출범한 국민은행은 가장 대중적이다. 그만큼 같은 이름의 정당들이 많았다. 올해 20대 총선에서 3당 체제를 이끈 ‘국민의당’도 있고 1992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도 있었다. 19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정부의 이름이 ‘국민의 정부’다. 1998년 ‘금 모으기 운동’을 주도한 국민은행은 여야간 수평적·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정치사적 의미처럼 수평적 인수·합병을 해온 은행으로 유명하다.

1998년 대동은행을 인수하고 한국장기신용은행과 합병한데 이어 2001년 한국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이름을 KB국민은행으로 바꿨다. 국민은행은 어디 은행 출신이냐를 따지지 않고 고르게 인사배치를 해왔다. 일관되게 대북 포용정책을 편 김대중 정부의 포용력이 국민은행임직원 전체에 퍼져있는 것이다.

단자회사에서 출발한 하나은행은 1991년 출범했다. 국내 금융회사 중 최초의 한글 이름이다. 하나은행의 이름엔 통합의 이미지가 강하다. 1997년 11월 한나라당은 분열과 부패의 구정치를 청산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창당했다. 당시 이회창 총재의 신한국당과 조순 총재의 민주당이 통합해 만든 정당이다. 이런 통합 정신은 2012년 2월 당명을 현집권당인 새누리당으로 변경할 때까지 15년을 이어온 장수정당으로 이어졌다.

은행업의 후발주자였던 하나은행은 이름만큼 통합력을 발휘했다. 1998년 충청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보람은행과 서울은행을 합병한 데 이어 작년 외환은행을 합병하면서 KEB하나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내치’의 하나은행과 외국환 전담하던 ‘외치’의 외환은행이 통합된 것이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은 우리나라 은행사를 대표한다. 1899년 대한천일은행으로 창립, 조선상업은행(1911년), 한국흥업은행(1954년), 한일은행(1960년), 한빛은행(1999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졌다. 2002년부터 이름이 우리은행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의회권력을 교체한 열린우리당과 우리은행의 개혁성과 이름이 닮았다. 2004년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획득, 과반을 차지하며 친일진상규명, 국가보안법 폐지 등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은행도 부단한 개혁을 통해 민영화에 도전했다. 다섯 번째 도전만에 성공을 눈앞에 뒀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통해 지난달 말 한화생명·미래에셋자산운영 등 국내외 18곳이 인수의향서(LOI)제출하면서 매각 흥행이 현실화됐다.

서울의 모지역 구청장은 “정당이나 은행이나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느냐가 중요하다”며 “서민들이 힘들수록 족보를 꺼내 역사성이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한다. 은행들도 자신들의 역사나 상호에 담긴 의미를 잘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송정훈 기자 songhdd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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