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장관 해임안 통과… 朴대통령 정면돌파 하나
김재수 장관 해임안 통과… 朴대통령 정면돌파 하나
  • 이원한 기자
  • 승인 2016.09.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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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최초 장관 해임건의… 靑 "야당 부당한 정치공세 수용불가"
20대 국회 정기국회 파행 등 정국 급랭 우려… 국정운영 차질 불가피
▲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날짜 변경으로 인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는 차수변경을 통해 본회의를 다시 개회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안 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국회가 24일 본회의를 열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안건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장관을 유임시키는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임건의안 수용은 박 대통령의 평소 '원칙'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이번 해임건의안 자체를 일종의 '정치공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무기명 표결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은 총 170명이 참여해 찬성 160명, 반대 7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헌법상(제63조)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다.

아울러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에 이어 헌정사상 6번째다.

청와대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의 가결에도 "해임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 주도로 통과된 해임건의안이 부당한 정치공세인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장관의 임명과 해임에 대한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가결된 해임건의안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박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사실화 될 경우 해임건의안 통과 후 '장관 퇴진'을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가 된다.

▲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새벽 서울 여의도 농림축산식품부 서울사무소를 나서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야당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것은 부당한 정치공세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김 장관을 사퇴시키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거대 야당이 숫자의 우위를 내세워 횡포성 해임건의안을 처리했고, 이것을 정부가 수용하면 앞으로 어느 장관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정 마비로 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부당한 해임건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정세균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저지른 헌정사상 유례없는 비열한 국회법 위반 날치기 처리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협치는 끝났다"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정부와 새누리당은 야당이 해임 건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수적 우세를 토대로 '의회 폭거'를 강행했다고 반발하고, 야당은 청와대가 애초에 무리하게 김 장관을 임명 강행했다고 맞서고 있어 정기국회 파행 등 연말 정국은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인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가결 자체만으로도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에 리스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후보자 시절부터 야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는 김 장관이 이번 해임건의안 가결로 국회로부터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어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 장관 등 장ㆍ차관 80여명과 함께 워크숍을 개최해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를 점검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이원한 기자 w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