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헌재 합헌결정에 유통·외식·농축산업계 ‘비상’
[김영란법] 헌재 합헌결정에 유통·외식·농축산업계 ‘비상’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6.07.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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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반발… “생존권 흔들릴 수 있다”

▲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합헌으로 결정난 28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함태수 사무총장이 김영란법을 적용한 한우선물세트를 5만원어치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유통 및 외식업계, 축산농가가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영란법이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유통·외식 업계와 축산농가 측은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실망감 표출과 함께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유통업계 “매출 감소로 시장위축 불가피”

유통업계 측은 김영란법이 공무원, 교원 등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어 시장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명절기간 판매되는 선물세트의 경우 5만원 미만의 세트 비중은 전체 매출의 5% 미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만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이 감소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늘려도 비중이 작다 보니 매출 감소는 뻔하다”며 “당장 이번 추석부터 법이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이미 시장에는 분위기가 반영돼 선물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김영란법 대비를 위해 5만원 미만 선물세트를 기존보다 20~30% 늘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화점과 달리 김영란법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였던 대형마트 역시 소비 위축을 우려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백화점과 달리 명절 선물세트에서 5만원 미만 세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이상었지만, 정육·수산·과일 같은 신선식품 선물세트는 5만원 이상인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명절에는 신선식품 부문에 타격이 있을 것이고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경향은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일부 부처는 법제처에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상한선을 둔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해 내용 조정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선고를 앞두고 서울의 한 백화점에 고가 과일선물세트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외식업계도 ‘울상’… “장사 자체가 불가능”

외식업계 역시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일부 고급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앞서 5월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의 61.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정식의 경우 1인당 3만원대를 훌쩍 넘으며 인건비, 재료비 등 생산비가 많이 투입돼 가격 인하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식당 대부분은 특색 있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부분 점심이 3~4만원, 저녁은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3만원 이하로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경기가 어려운 때에 김영란법이 경기를 더 위축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의 식사 접대 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한 김영란법 시행으로 음식점 수요는 연간 3조원에서 최대 4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금도 두 사람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하면 3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며 “물가가 이런 실정인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은 뻔한 일이고 이는 곧 폐업을 의미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의 정당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게 아니라 법의 취지와 달리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던, 우리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상공인연합회는 농축산업계와 화훼농가 등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김영란법 시행을 연기하거나 적용 대상 예외 항목을 늘리는 등의 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선고를 앞두고 서울의 한 백화점에 고가 한우선물세트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한우농가 등 농축산업계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것”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축산업계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한 축산업계 역시 “생존권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홍보국장은 “과일 같은 경우 포장 박스 크기를 10㎏에서 5㎏로 줄인다거나 하면 되지만, 한우는 5만원짜리 선물세트로 구성하면 박스비, 택배비 등을 제외하면 딱 300g 들어간다”며 “현실적으로 이게 선물세트로 팔리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김 국장은 문제가 생기면 중소규모 번식 농가들부터 문을 닫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송아지 마릿수가 줄어 대규모 사육 농가도 피해를 입는 등 산업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부 정치권에서는 일단 시행을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을 하자고 하는데, 줄도산을 하고 난 뒤 보완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 수요는 최대 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000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한우의 경우 시중에 나온 한우고기 선물 상품의 93%가 10만원대 이상이고, 식사 역시 1인분에 3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김영란법 시행 시 선물 수요만 2400억원, 음식점 매출은 5300억원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우협회는 법 개정은 물론 개정 전까지 시행 자체도 유보할 것을 국회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역시 법이 시행되는 9월 말까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친 후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