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 "민중은 개·돼지… 구의역 희생자 내 자식? 위선"
나향욱 "민중은 개·돼지… 구의역 희생자 내 자식? 위선"
  • 이현민·고아라 기자
  • 승인 2016.07.10 10:3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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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간부, 신분제 공고화 등 망언으로 대기발령
정치권·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서 비판 한 목소리
▲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영화 '내부자들'에 "민중은 개·돼지"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런데 영화의 중요 악역에게서나 나올법한 이 대사가 교육부의 중요 정책을 기획하는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해당 발언을 한 공무원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이같은 발언을 접한 국민들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은 물론, 정치계와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교육부 "취중발언… 조사결과 따라 엄중조치"

교육부는 지난 9일 이번 파문의 당사자인 나향욱(47) 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한편 "경위를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나향욱 기획관이 과음한 상태에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나향욱 기획관을 비롯해 문제의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대변인실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발언 경위 등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나향욱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 등을 거쳐 올해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2~3급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기획하는 핵심 보직이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나향욱 기획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다 향후 징계 수위에 따라 자칫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도 넘은 발언, 정치권도 시민단체도 "파면하라"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7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나향욱 기획관과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왔다.

이명박정부 시절 '친(親)서민 교육정책'을 홍보하기도 했던 나향욱 기획관은 이날 식사를 하던 도중 '반(反)서민' 발언들을 늘어놓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나 기획관은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는 1%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에 대해서는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며 "출발선상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란 게 있다"고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은 해당 발언들에 대해 보도하면서 "사석에서 나온 개인 발언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간부의 비뚤어진 인식, 문제 발언을 철회하거나 해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향욱 기획관의 이같은 발언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교육계 안팎을 비롯해 각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부 고위관료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표현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물의를 일으킨 만큼 철저히 조사해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에서 "교육부 장관 등 책임 있는 정부 인사의 대국민 사과와 강력한 문책 인사를 촉구하며 교육부의 조사와 처리 결과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국가에 대한 충성 의무를 저버린 행위이자 반역의 패륜"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교수들은 나 기획관의 즉각 파면과 함께 "부하 직원의 반역 행위를 막지 못한 교육부 장관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 역시 이번 파문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강선아 더민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나 기획관은) 99%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고 자신은 1%가 되려는 정신 나간 고위공무원"이라며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개인일탈로 빗발치는 국민 분노만 피하고 나면 끝 날 일이 아니다"라며 "나 정책관의 자리는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교육부의 책임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최고 상위법인 헌법을 부정하고, 막말과 극언으로 국민을 모독하며 스스로 품위를 망가뜨린 나 기획관은 더 이상 대한민국 공무원 자격이 없다"며 "교육부는 나향욱 기획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향욱 기획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 누리집에는 보도 이후인 9일 '나향욱 정책기획관 파면 요구' 청원 게시판 3개가 한꺼번에 개설됐다. 하루 뒤인 10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각각 8115명, 2688명, 297명 등 1만11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다음은 경향신문이 공개한 나향욱 기획관의 대화내용 전문.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나향욱 정책기획관)

-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모두 농담이라고 생각해 웃음)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멘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

- <내부자들>이다.

"아, 그래 <내부자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 그게 무슨 말이냐?(참석자들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 지금 말하는 민중이 누구냐?

"99%지."

- 1% 대 99% 할 때 그 99%?

"그렇다."

- 기획관은 어디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 기획관 자녀도 비정규직이 돼서 99%로 살 수 있다. 그게 남의 일 같나?

(정확한 답은 들리지 않았으나 아니다, 그럴 리 없다는 취지로 대답)

-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 봐라.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나."

- 우리는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 지금 말한 게 진짜 본인 소신인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 이 나라 교육부에 이런 생각을 가진 공무원이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다니…. 그래도 이 정부가 겉으로라도 사회적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아이고… 출발선상이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라는 게 있는데…."

경향신문 기자들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온 교육부 대변인과 과장이 "해명이라도 들어보시라"고 만류, 다시 돌아가 앉았다. 이때부터는 휴대폰 녹음기능을 틀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 기획관은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조금전 발언 실언이냐, 본인 생각이냐.

"(휴대폰을 가리키며) 일단 그거 꺼라.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 것도 있고. 내 생각은 미국은 신분사회가 이렇게 돼 있는데, 이런 사회가 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이런 얘길 한 것이다. '네 애가 구의역 사고당한 애처럼 그렇게 될지 모르는데' 하셨는데, 나도 그런 사회 싫다. 그런 사회 싫은데, 그런 애가 안 생기기 위해서라도 상하 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고… 상과 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 사회안전망을 만든다는 것과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이를 주겠다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이 사회가 그래도 나아지려면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냐라고 얘기한 거다."

- 정식으로 해명할 기회를 주겠다. 다시 말해 봐라.

"공식적인 질문이면… 그거 끄고 하자."

- 본인의 생각이 떳떳하면 왜 말을 못하는가. 개인 생각과 공무원으로서의 생각이 다른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데… 지금은 말 못한다." 

 

[신아일보] 이현민·고아라 기자 hmlee@shinailbo.co.kr,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