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잔혹 강도살인 고등학생 범행 '치밀'
50대 주부 잔혹 강도살인 고등학생 범행 '치밀'
  • 양창일 기자
  • 승인 2016.06.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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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로 위장하고 범행 중 피해자 남편에 '언제와?' 문자까지

50대 주부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강도행각을 벌인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9일 강도살인 혐의로 전남지역 고등학교 2학년생 최모(17)군을 긴급체포했다.

최군은 전날 오전 8시10분경부터 낮 12시20분 사이 광주 서구 화정동 A(50·여)씨의 아파트에 침입해 홀로 있던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노트북과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숨진 A씨는 같은날 오후 5시경 자택 욕실 안에서 두개골 일부가 함몰되고 목 주변을 흉기에 20여차례 찔려 숨진 모습으로 딸에게 발견됐다.

A씨의 왼손에는 흉기를 막으려 한 흔적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관과 거실, 주방, 안방 등 집안 곳곳에서는 A씨의 혈흔과 이를 닦으려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 주방에서는 피 묻은 지문이 나왔는데, 경찰은 이 지문이 최군의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최군은 사건 전날인 27일 오후 11시40분경 거주지인 전남 영암에서 가출신고가 돼있었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최군은 이날 오후 7시36분경 A씨가 사는 아파에 도착해 옥상과 연결된 계단에서 사건 당일 오전까지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전 10시15분경 '택배요'라는 남성의 목소리와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의 증언과 현관에서 발견된 혈흔으로 미뤄 A씨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군은 같은 아파트에서 주운 박스를 이용해 택배 기사로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의 남편은 경찰에 "오전 10시 넘어서 아내로부터 '언제쯤 들어오냐'는 문자메시지가 와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낮 12시쯤 아내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는데 전화벨이 두 번 울린 뒤 끊어졌다.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군이 범행 도중 A씨의 남편과 이같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아파트를 빠져나간 최근이 부산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부산경찰과 공조해 29일 오후 2시30분경 부산역 앞에서 긴급체포했다.

부산 동부경찰서에서 진행된 기초 조사에서 최군은 "집에서 나올 때부터 강도행각을 계획했다. 부산에서도 범행을 준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당시 최군의 가방에는 흉기 세자루, 펜치와 함께 A씨 집에서 가져온 금품과 밧줄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군을 광주로 압송해 정확한 범행 동기 등 경위와 여죄 등을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신아일보] 광주/양창일 기자 ci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