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봉?” 은행권, 기업대출 마이너스 가계대출로 만회
“국민이 봉?” 은행권, 기업대출 마이너스 가계대출로 만회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6.05.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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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원 “수수료 인상 등 기업 부문 손실 개인 전가” 비판

▲ (사진=연합뉴스)
최근 은행권이 예금 이자율을 낮추고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에 빌려준 채무로 ‘충당금 폭탄’을 맞은 은행들이 빚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대기업 여신 잔액 436조7830억원 중 17조6945억원(4.05%)이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이다. 작년 한 해에만 7조3312억원 늘어나며 연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면 가계여신은 대기업에 비해 6배가 넘는 44조6270억원이 증가했지만, 부실채권은 6125억원 감소했다.

가계에서 돈을 벌고, 기업에서 까먹는 이런 경향은 연체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가계대출 연체율은 0.19~0.49%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농협은행의 작년 대기업 연체율은 2014년 대비 1.06%포인트, 신한은행은 0.55%포인트 높아져 금융위기 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대기업 연체율도 지난해 대비 0.28%포인트 반등하며 다시 1%대로 올라섰다. KEB하나은행의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 대출 연체율도 전년보다 0.27%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 은행권에서 기업구조조정 자금으로 엄청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며 국민의 혈세로 충당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한 은행에서는 ‘정상’인 여신을 한 단계 낮은 ‘요주의’로 낮추기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등급을 낮추려고 문의하면 ‘여신등급을 내리지 말아 달라.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등급을 내리게 되면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작년 10월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하며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산업은행의 결정에 A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신용등급을 결국 ‘정상’으로 유지했고 조만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렇듯 충당금 적립과 순이자 마진 저하로 수익성이 악화한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송금, 예금, 자동화기기, 외환 등 주요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역대 최대인 1200조원에 이르며 빚에 허덕이는 일반 국민이 이제 기업 부채까지 안고 가게 된 셈이다.

은행권의 수수료 인상이 결정되면서 올해는 수수료 수익 역대 최고치인 2011년의 7조33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기업 부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개인 부문에서 손해를 메울 수 있게 해주는 관치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당국의 묵인하에 은행이 수수료 인상 등으로 기업 부문 손실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아일보] 김흥수 기자 saxofone@shinailbo.co.kr